페미니즘 스릴러를 표방한 프랑스 소설이다. 작가 브누아 필리퐁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문체나 흐름이 계속 극적으로 느껴졌다. 102세 할머니인 베르트가 옆집 남자를 향해 총을 쏘고, 범죄자들을 도주 시켰다는 명목으로 경찰이 그녀를 조사를 하던 중 엄청난 비밀이 밝혀진다. 할머니의 집 지하에서 무려 일곱 구의 시신(이라기 보다는 백골)과 동물 뼈들이 발견되었는데, 놀랍게도 베르트 할머니는 담담했다. 자신의 살인이 별 일이 아니라는 듯, 당연하다는 듯. 사연은 다양했다. 자신을 강간하려고 해서,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 해서. 일곱 명의 남성을 살인하는 과정을 듣던 경찰 벤투라는 처음엔 경악하지만, 점점 그녀의 사연에 빠져들게 된다.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는 벌 받아야 마땅하지만, 자기 편 하나 없이(베르트를 사랑해주고 아껴줬던 할머니와 루터는 너무 먼저 세상을 떠나버렸다) 자신을 노리개 취급하던 남성들에게 참고 있지 않고 대응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 적인 시각이 보였다. 본인의 욕구를 주장할 줄 알고, 불합리한 주장과 행위에 대해 심판하고, 상대방에게 밀리지 않는 재치있는 입담이 베르트라는 인물을 매력있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베르트가 이렇게 냉소적으로 변한 데에는 그녀의 비극적인 삶이 계속 되었고, 행복했던 시간은 그녀의 100세 인생 중 고작 15년 정도 뿐이었기에 그녀의 매력은 어딘가 시린 구석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는 스릴러, 블랙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고 우리나라 정서상 스릴러 쪽에 더 가깝다고 느껴졌다. 프랑스는 선정성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다고 알고 있다. 여성이 남성의 핍박에 당하지만 않고 사격으로 맞서는 태도는 확실히 페미니즘적이지만,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스릴러, 블랙코미디 장르 쪽으로 생각되지 않을까 싶었다.
비극도 희극으로 변화시키는 '프랑스 그랜마' 베르트 할머니의 기운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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