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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도서]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휴남동 서점은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슴에 품은 동네 북 카페의 로망의 현실을 잔잔하게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능력이 동반 되어야 하지만.??

휴남동 서점은 주인인 영주 뿐만 아니라 민준, 민철, 지미, 승우, 정서, 희주 등의 동네 사람들이 거쳐가기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삶을 대면하고 길을 찾아가게 해 주는 장소가 된다. 번 아웃과 이혼으로 실패의 상처를 입은 영주, 스펙은 완벽하나 계속 되는 취업 실패에 좌절한 민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고등학생 민철, 성공한 사장님처럼 보이지만 남편과의 갈등을 가진 지미, 묵묵히 영주를 지켜보는 승우, 계약직의 굴레에서 벗어나 멘탈을 다잡으려는 정서, 그리고 내내 '민철 엄마'이다가 서점에서 독서 모임을 진행하며 비로소 밝혀지고 불려진 이름, 희주까지. 전부 나와 혹은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등장하는 잔잔한 이야기였다.

만약 다른 계절에 읽었으면 나는 분명 민준이나 지미, 정서나 희주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민준과 정서는 현재 비상식적인 취업 시장에 내몰린 우리 주변의 또래 세대의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지미나 희주는 나보다는 윗 세대지만 여성으로서 한국 사회에서 강요하는 고정적인 성 역할, 아내와 엄마라는 틀에서 내면의 갈등을 다잡아가는 모습이 현실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또 영주와 승우의 묵묵한 감정선에 조금 더 집중했다. 그냥 승우의 표현 방식이 너무 좋았다. 보채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거나 돌려 이야기 하지도 않고 솔직한 감정 표현이 마음에 쏙 들었다. 영주의 이혼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본인의 마지막이었던 긴 연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의 생각이나 상상을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영주에게 스스로 미래를 상상해봐달라고 부탁한다. 아마 내가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좋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다.

책 속의 책 이야기들도 흥미로웠다. 독서 모임을 하며 '다운 시프트'라는 주제가 나오기도 하고, 베스트 셀러와 관련한 작가의 견해가 영주의 말을 통해 나오기도 한다. 생각이 날 때, 책 속의 책들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최근에 다시 독서를 시작하며 몰입과 집중의 한계를 느꼈는데, 역시 이럴 땐 가볍고 흥미로운 책을 읽는 것이 몰입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당분간은 이렇게 깊은 생각과 고뇌가 필요 없는 가볍고 사람 사는 이야기로 공감에 푹 빠질 수 있는 이야기들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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