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북클러버
복자에게

[도서] 복자에게

김금희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힐링물인줄 알고 읽다가 억장이 와르르 무너진 <복자에게>.

소설의 화자인 이영초롱은 어릴 적 부모님의 파산으로 제주도 옆 작은 섬인 '고고리섬'으로 보내진다. 동네 보건소 의사로 근무하는 정희 고모에게 보내진 영초롱은 복자를 만나 친구가 된다. 초등학교 ~ 중학교 시절을 고고리섬과 제주도에서 보낸 영초롱은 서울로 다시 돌아와 지내며 사법고시를 통과하여 판사가 되는데, 법정에서 화를 못 이기고 "엿 까세요."라는 말을 내뱉었다가 제주 성산 지원으로 좌천이 된다. 그러면서 과거 학생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고, 복자도 다시 만나게 된다.

복자는 영초롱이 고고리섬에 도착 후 현실 부정(?)을 할 때 먼저 다가와 친구가 되어 준다. 복자의 부모님은 이혼을 하셔서, 복자는 고고리섬에서 할머니와 지내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네의 '이선 고모'를 엄마처럼 잘 따르는데, 영초롱이 복자의 부탁을 거절한 일종의 사건으로 이선 고모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서 영초롱과 복자의 사이는 멀어졌고 다시 화해하지 못한 채 영초롱은 서울로 전학오게 된다.

좌천으로 다시 제주도에 오게 된 영초롱은 학창시절 친구였던 고오세와 복자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 때의 제주에서는 간호사들의 태아 산재를 인정 해 달라는 소송이 시작되던 참이었다. 원고인 간호사 측은 제주 의료원에서 일 하던 간호사들의 대부분이 유산을 경험했는데, 그 이유가 과도한 업무 및 호흡기로 직결 되는 약 파우더링 제조를 할 때 안전 장치 없이 임산부에게 사용이 금지 된 약들을 분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영초롱은, 원고측 간호사 중 한 명이 복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의 구조는 과거와 미래, 정희와 영초롱의 모습과 행동이 이어지는 구조다. 정희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증언으로 친구였던 규정이 징역살이를 하게 만들었다. 영초롱은 본인의 생각이 옳다는 판단으로 복자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복자와 멀어졌다. 정희는 규정에게 보내지 못 한 편지들을 쌓아놓는다. 영초롱 역시 복자에게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계속 적는다. 성인이 되어 정희와 만난 영초롱은 정희가 선택한 삶을 존중하면서도, 결국 복자와는 다시 헤어지게 된다. 그러나 결말에서 영초롱은 그 편지를 결국 복자에게 보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복자에게>는 실제로 제주의 한 의료원에서 일어난 산재 사건과 그 소송이 모티브가 된 소설이라고 한다. 8년간 본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운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이 복자를 통해 담담하고도 처연하게 나타났다. 산달을 거의 채우고 아이를 잃었지만 당시 산재법에는 복중 태아를 위한 산재법이 없었기 때문에, 복자는 자신이 직접 분쇄했던 약을 복용했던 환자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당시의 처방전과 의료 기록을 부탁해야 했다. 독한 약을 복용했던 환자들인 만큼 사망한 환자도 많았지만 가족들이 기꺼이 복자와 간호사들을 위해 기록을 구해줬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시렸다.

그 외에 내가 사랑하는 제주도의 모습들이 담겨있어서 반가웠다. 예를 들면 한라산 등반 전전날 과음 후 숙취 해소를 위해 먹었던 새빨간 국물의 순두부찌개를 팔던 해바라기 분식이라든지, 탑동 광장이라든지. '고고리섬'은 가상의 공간이지만 아마 가파도가 그 배경일 것이라는 추측이 있던데, 고고리는 이삭의 제주 방언이라 청보리가 많은 가파도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듯 했다.

또한 얼핏 영초롱과 복자의 추억을 담은 소설 같지만, 위에서 언급한 의료 산재 사건과 국정농단, 제주 4.3 사건 등의 묵직한 사건들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이었다. 결말엔 코로나로 인한 펜데믹 배경까지 녹아있어서 현실감이 크게 와닿기도 한다.

결론은, 제주도 가고 싶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