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큰 아이땐 주관적으로 책을 해석하기도 하고, 책 내용을 바꾸기도 했는데(7세까지 한글을 몰랐기에 가능했을 듯) 눈치 백단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자니 책 내용을 조금만 비틀어도, 엄마의 의도가 가득 담긴 질문을 한 마디만 해도 거부감이 있는지 "엄마 그만하고 그냥 이 책 대로 읽어주세요!"라고 아우성이다.
반대로 여전히 글자를 모른다는 둘째 친구는 엄마가 살짝 비틀면 그게 또 책 내용인줄 알고 까르르 넘어가기도 하고, 질문도 하고 책 한 권만 읽어주어도 풍성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풍성한 상상력이 부럽기도 했다.
글자를 너무 일찍 깨친 탓인지 글자 그대로 읽고 그냥 넘기는 둘째의 모습을 보며 고민하던 차 만난 하버드 책 육아.
일본인인 저자 또한 어릴 적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옳고, 역사는 암기과목이며,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필기해서 달달 외우고, 수업시간은 강의하는 선생님과 듣기만 하는 학생들의 시간으로 알고 자랐다가 하버드에서 일본의 학생들과 하버드 동료들의 생각법과 교육법이 다른 걸 알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외국은 문해력이 절실하기 때문에 책 읽어주는 걸 교육의 일부분으로서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재미있게 읽어주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데 비해 일본은 부모는 아이가 어릴 땐 의욕이 넘치다 조금 있으면 형식적으로 읽기만 하고, 아이는 그저 듣기만 한다고 했다.
듣는 데만 익숙한 아이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사정이 다를 게 뭐 있으랴.
일본의 식민시기를 거치며 우리 또한 그들처럼 암기식 수업에 익숙해져 부모세대 또한 창의적으로, 질문과 대화로 수업하는 것에 생소하기만 하다.
그런 까닭에 아이를 낳고, 예전과 달리 아이들에게 대화로 창의적으로 그림책을 읽어주라는 육아서의 말을 실천하려 해도 교육을 그리 받아본 적 없으니 해야한다는 당위성은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과 그림책을 읽을 때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알려준다. 글자 없는 그림책을 읽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말을 만들어내야 하니 부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릿속에서 후다닥 이야기를 만들어 읽어주지만 듣는 아이들은 즐거워진다며 대화와 그림만으로 풍성한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글자 없는 그림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책을 읽으며 간단한 질문을 아이의 경험으로 확장시켜나갈 수 있는 질문 확장법도 소개한다.
글자를 일찍 깨쳐버린 둘째에게 적용시켜보고 싶은 그림책 대화법이 많이 소개되어 마침 고민중이었던 나에겐 도움이 되었다.
다만, 하버드 책 육아 방법을 소개하는 게 포인트라면 하버드를 나온 부모들이 자녀를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는지, 책을 읽어주는지 저자 동료들이나 사례를 들어 소개해주었으면 조금 더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YES24리뷰어 클럽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