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롭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접경지역인 하르키우의 새벽, 갑자기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전쟁이 시작되었다.
아직 어릴 것만 같은 12살 소녀 예바는 전쟁의 시작과 함께 그 일상을 일기로 기록하기 시작한다. 놀랄만큼 침착한 어조로 기록한 예바의 글을 읽고 있자니 학교 생활이 어땠을지도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그 상황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우왕좌왕하면서 겁에 잔뜩 질려 아무것도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지 않았을까. 같은 나이의 두 아이인데 저 아이는 어쩜 저토록 대담하고 침착했을까. 이혼한 두 부모대신 예바를 자신감있는 멋진 소녀로 키워낸 할머니가 존경스러웠다.
예바와 할머니는 초기 대응을 잘 해서 다행스럽게도 지금은 안전한 곳에서 생활하게 되었지만, 많은 우크라인들은 여전히 살고 있는 곳에서 공습 경보와 함께 하루하루를 생존의 기로에서 그저 살아내기 위해 버티고 있다. 어쩌면 예바의 케이스는 우크라 난민 중 아주아주 잘 적응한 케이스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바의 일기 속에는 전쟁의 참혹함이 가득하다. 머지 않은 곳에서 철없는 아이들의 투정을 받아내며 불평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울 정도로 난민인 예바는 타국에서 강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여전히 수많은 우크라인은 터전을 떠나지 못하고 전쟁의 참혹함을 매일매일 마주하고 있을테지만....
그런 의미에서 예바의 일기를 읽으며 전쟁이 나도 해피엔딩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 안된다. 예바는 정말이지 초기 판단력이 워낙 좋았어서 전쟁 초기에 외국으로 무사히 탈출해서 그나마 잘 살아남은 소수의 케이스일 뿐. 대부분의 우크라인이 예바처럼 난민이어도 행복하게 타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났어도 예바처럼 외국으로 잘 나갈 수 있을까? 일단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 특성 상 바다를 통해야지만 외국으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시리아를 보라. 유럽으로 필사적인 탈출을 하면서 무수히 많은 난민들이 바다위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전쟁 속에서도 예바처럼 비교적 행복을 되찾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 책은 전후세대인 부모세대와 이 시대의 아이들이 함께 읽어야 할 것 같다. 전쟁의 참혹함을 잊고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불평만을 쏟아내며 살고 있는 우리. 초6에 올라가는 예바의 동갑내가 우리집 큰 아이도 이 책을 읽어보았다. 또래의 일기라 그런지 쉽게 읽어내려갔지만, 글의 깊이와 울림의 정도는 자신의 평범한 일기와 비교했을 때 분명 달랐으리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 또한 안전지대는 아니지 않은가.
북한은 하루가 멀다 않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고, 나랏님들은 민생은 멀리하고 정쟁만을 일삼고 있는 걸 보면 마치 구한말 조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이 일본이라는 거대 세력이 조선을 야금야금 먹으려는 줄도 모르고 일본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반대정치세력과의 정쟁만을 일삼던 구한말 나랏님들과 뭐가 다를까 싶다.
깨어있는 국민만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나랏님들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 두 눈 부릅뜨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교훈 삼아 부모세대도 아이들도 '설마, 설마'라는 생각 대신 행동으로 정치에 참여할 때다. 나랏님들의 '전쟁도 불사하겠다!' 같은 국민을 볼모로 삼는 황당무계한 발언에 대해 웃어넘길 게 아니라 강력히 규탄하며 국민의 뜻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지 않을까.
우리 아이들에게 절대로 전쟁이라는 유산을 물려줄 수는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열두살 소녀 예바의 경고를 귀담아듣기를 바란다.
<YES24 서평단으로서 책을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