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90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입니다. 그런데도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과연 90세를 넘기신 분인가?, 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녀다운 감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1911생이라고 하는데요. 시를 쓰게 된 계기가 허리가 아파서 취미였던 일본무용을 할 수 없게 되어 낙담하던 때, 아들이 글쓰기를 권유했던 것이라고 하네요. 90세를 넘긴 나이지만 산케이 신문의 「아침의 시」에 입선되었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고 합니다. 저 같아도 잊지 못할 것 같네요.
수록된 시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오는 아들에게 보여주면서 낭독하면서 몇 번이고 고친 시라고 합니다. 음, 역시나 좋은 시들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갈 힘〉이라는 시를 통해서는 뺨을 어루만져주는 바람과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부럽기도 하네요. 저에게는 친구에게 전화도 안 오고, 찾아오는 이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래서인가 보내요. 제가 지금은 힘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말입니다. 의욕이 안 생기네요. 안 생겨.
〈녹아드네〉라는 시는 제일 마음에 드는 시입니다.
주전자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물은 /상냥한/ 말 한마디 // 내 /마음의 각설탕은/ 컵 안에서 /기분 좋게/ 녹아드네
누구나 상냥한 말 한마디를 들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지지요. 각설탕이 그 상냥한 말 한마디를 만나서 녹아내리면서 더 달콤하게 만들어주니 기분이 좋아지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싶네요.
〈병실〉 - 저도 병실에서 3일인가 4일정도 누워 있던 적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던 병실은 왠지 모르게 어두침침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봐도 하루 종일 어두침침했던 것 같아요. 매일 세끼의 식사가 나오고 약이 나오고 그랬는데. 역시 아프면 안 되는 것을 그 때 깨달았어요. 병원 침실에 누워 있다 보면 더 아픈 것 같았거든요. 나중에는 제가 퇴원하겠다고 했었어요.
〈목욕탕에서〉 - 음, 요즘에는 그냥 운동하고 샤워하는 것으로 목욕을 대신하고 있네요. 목욕탕에 대한 안 좋은 추억담 하나 공개하겠습니다. 저 사실은 어린 시절 목욕탕에서 죽을 뻔 했었어요. 제가 그 깊지도 않은 목욕탕 물에 빠졌거든요. 그래서 물이 늘 무섭기만 하네요. 그래도 그 때 죽지 않아서 지금껏 살아있네요. 맛나는 거 먹으면서 말이지요. 죽기 전에 맛 나는 음식 많이 먹어야 할 텐데. 지금은 늘 걱정이네요. 죽음에 대해서 늘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약해지지 마〉
이 시는 꼭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네요. 약해빠진 나에게 호통 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시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못하겠어요.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지를 못하겠어요. 하지만 살아갈 힘도 주는 것 같습니다.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그러니까 “너도 약해지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정말 나에게 힘을 내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약해지지 말아야지.
누군지도, 만나 본 적도 없는 할머니에게 “나는 살아 있어서 좋았어.” 그러니 “너도 힘 내서 이 세상 끝까지 살아 보렴” 이라는 말까지 듣게 돼서 정말로 힘을 내볼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그래 약해지지 말자. 결심하게 됩니다. 오늘처럼 비까지 와서 마음이 어두울 때 할머니에게 듣는 이야기는 어쩌면 비타민 C 같은 약이 아닌가 싶네요. 같이 읽어보고 싶네요. 여러분도 나중에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