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네 시인선 088번 문성해 시집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시인선 088이라는 숫자가 마치 죄수번호처럼 보인다. 죄수번호 088번 문성해 시집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 면회요.
가끔 사람들이 읽는 것. 그것이 면회라면 아마도 가뭄에 단비가 오듯이 가끔. 정말로 가끔 면회가 이루어질 것 같다. 요즘의 시는 이처럼 어려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잘 찾는 것 같지는 않다. 나도 가끔 찾는 시. 제목으로 봐서는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역시나 요즘 시답게 어렵다. 아마도 나의 짧은 가방끈을 탓해야겠지.
시인의 말처럼 지금은 편도도 붓고 신열도 앓고 그래서 학교도 땡땡이치곤 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는다.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던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넘어지지 않는다. 그만큼 다리에 근육이 붙고, 근육이 붙은 만큼 넘어지는 일 또한 없어졌다. 뒤이어서 나오는 말은 모르겠다. 공감이 안가서 모르겠다. 양떼들이 뭘 뜻하는지는 모르겠다. ‘양떼’하니까 양꼬치가 생각나는 나는 아무래도 시를 이해하는 사람이기보다는 시인이 되기보다는 거리가 먼 인간으로 보인다. 뭐, 이 시집을 읽었지만 반의반도 이해를 못했으니 그런 말도 되는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시를 쓰고 싶어 했지만 역시나 나는 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냥 일반인에 불과한 것 같다. 그래도 이 시집에 있는 시 중에서 몇 몇 시들은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해했다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그저 좋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조조 영화를 보러 가다”
음, 제목은 조조 영화를 보러 간다고 하는데 조조 영화를 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싸니까. 조조영화는 아침 일찍 부지런한 사람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첫 행부터 이상하다. “오늘은 영화관에 개봉하는 영화가 없고” 라고 했는데 영화관에 개봉하는 영화가 없는 데 간다면 허탕치는 거 아닌가. 허탕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이상한 말만 잔뜩 늘어놓았다. 역시나 이해하기 힘든 시다.
“벌레어 통역관”
이 시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좋은 느낌의 시다. 특히 조용한 밤에는 벌레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이런 시는 어쩌다가 짓게 되었을까. 사실은 마지막 행으로 읽음이 갈수록 이해하기 힘들었다. 뭔소린지. 음, 모르겠다. 어린 문하생을 왜 앞세웠는지.
“초당 두부가 오는 밤” 은 그래도 시가 어렵지는 않았다. 두부 이야기니까. 초당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도 알게 되었고, 좋은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당은 허엽이라는 사람의 호라고 한다. 허엽은 허균과 허난설헌의 아버지라고도 한다. 음, 하나는 배웠다. 양반인데 두부를 만들라고 한 사실도 재미있었다. 파직당한 이후에 두부 만들어서 팔려고 했는가? 파직당한 거면 직장에서 짤린 거니까 돈 벌이 되는 두부를 만들었나 보다. 그렇게 상상을 한다. 그냥 재미로.
“피망”이라는 시도 재미있다.
그냥 읽으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북한 사람이 나오는데. 피망이라는 말을 자기네 말로 바꾸는 작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나온 말이 ‘사자고추’란다. 좀 한번에 와닿는 말이다. 연상이 된다. 상상이 된다. 외래어를 조선어로 바꾸는 작업이 얼핏 재미있게 보인다. 사실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밥이나 한번 먹자고 할 때”가 어떤 때인지. 나는 그런 말을 할 사람도 없는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