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시들이 있는 시집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제목은 『콩이나 쪼매 심고 놀지며』 라는 왠지 모르게 시크한 말투의 Title이다. 그런데 시를 쓴 사람이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칠곡 할매들이 쓴 시라고 한다. 책 표지에도 그렇게 써있다.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라고 말이다. “강봉수 외 118명” 헉. 시가 118편 이상이 수록이 되어 있다는 말이렸다. 허~!
우리의 할머니들. 전쟁을 치르고 어려운 경제상황을 겪으신 분들이다. 못 먹고 못 입고 자식들 뒷바라지에 몸을 바친 분들이다. 이 책에 쓰인 시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그 안에는 여가가 들어 있고, 경제가 들어 있고, 삶의 기쁨과 슬픔도 들어 있다는 것을. 다른 전문가의 손에서 머리에서 나온 어려운 시가 아니다. 이 분들의 시는 너무나 쉬워서 금방 가슴을 울리고 때리고 간다. 읽어보면 안다. 이 말이 진짜라는 것을. 시인의 어려운 시구절을 읽으면 왠지 모르게 답답했었는데. 이 안에 있는 할머니들의 시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같아서 좋다. 그냥 좋다는 말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물론 이 분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배우지 못해서 한글이 서툴러서 발음나는 대로 쓴 시이기에 어렵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크게 먹고 읽으면 알 수 있는 말이었다. 아, 이런 말이구나. 이 시를 쓴 할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총 4부로 되어 있다. 하지만 뭐, 중요한 건 아니다. 기준도 사실 모르겠다. 그냥 다 비슷비슷한 시들이라. 그냥 읽어보면 우리의 할머니들이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서 포근한 느낌이 든다.
첫 번째로 만난 시는 6.25와 관련된 시이다. 제목은 “6.25와 집안 난리”
6.25가 일어났으니 그야말로 나라 전체에 난리가 일어난 것이지만 작게 봤을 때는 집안 난리 아닐까. 이 분의 나이 13살 때 일어났다고 한다. 내가 13살 때에는 뭐 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학생 1학년이었을 것이다. 한참 영어공부하고, 친구들이랑 치고 박고 놀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생각나는 건 쉬는 시간에 잠을 깨웠다고 친구랑 싸운 것. 지금 생각하면 싸울 일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데 이 분은 13살 때, 친구들이랑 한창 놀아야 할 때 힘든 일을 겪은 것이다. 정말로 그 분 개인적으로도 난리고, 집 안 난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분의 시 말미에 이런 말로 끝맺고 있다. “지금 생각하니 어린 나이에 / 너무나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 분들에게 우리는 잘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오늘 밖에 나갔다 왔는데 나의 어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해신 그 아가씨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까는 가슴 속에서만 했지만 정말 고마웠다. - 나의 어머니도 6.25사변을 겪으신 분이시다. 어려운 그 일을 겪으신 분들이 왠지 존경스럽다.
“손녀”라는 시는 너무나 생활밀착형 시가 아닐까. 일주일 동안 손녀를 봐주기로 했나 보다. 그 손녀가 엄마도 안 찾고 잘 놀아주어서 예쁘다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겨주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게 우리에게 시가 아닌 이야기로 다가온다. 어려운 시가 아닌 이야기 말이다. 시가 별거인가. 이런 좋은 이야기를 짧게 말해주는 것이야말로 시가 아닐까. 이 분의 시 말미에 이렇게 쓰여 있다. “참 행복하다” - 이 행복하다는 말이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와 닿는다.
“배암”이라는 시는 재미있기보다는 안타까웠다. 배암이라는 말을 들으면 웃기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 분의 시는 안타까웠다. 돈을 벌러 갔는데 뱀에게 물려 독이 온 몸에 퍼졌다는 이야기. 어려운 살림 형편이 보였고, 목숨까지 잃을 뻔한 그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위에서 언급한 시외에도 좋은 시는 끝까지 이어진다. 어려운 말만 잔뜩 늘어놓은 시만이 시는 아닐 것이다. 좋은 시는 가슴을 울리는 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분들의 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