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뭐고?』 -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시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수록된 글들은 참으로 서툴지만 진솔한 글이다. 이런 글을 시라고 하면 과연 시인들은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뭐, 나는 한 마리의 독자로서 마음에 든다. 칠곡 할매들의 삶을 노래한 글. 시를 정의하자면 삶의 노래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책에 수록된 할매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시가 아니고 무엇이 시라고 말할 수 있으랴.
단지, 몇 몇 글을 읽다보면 ??? 이렇게 물음표가 나오는 글도 있었다. 한글이 서툴러서 그런건지, 아니면 사투리인건지. 잘 모르겠는 단어들이 불쑥 나오기도 해서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글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았다. 한글이 서툰 건 감안해서 읽으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일단 쉽다. 삶을 노래하는 데 있어서 에둘러서 이야기하는 것이 없다. 은유니 직유니 이런 수사법을 따로 공부할 필요도 없고, 그저 읽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 말이다. 이런 글을 따로 말하자면 일차원적 수사법이라고 말하면 되려나. 암튼 좋은 시라고 생각이 든다. 칠곡할매들은 배움의 길을 오래 걷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그 덕분에 진솔해서 좋으니. 이보다 더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여기 많은 시들이 있지만 무슨 문학상을 받은 시인의 시집보다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이것저것 따지면서, 머리를 굴리면서 읽을 필요가 없어서 좋다.
“얄미워라” 라는 시를 읽어보면 기껏 먹고 살기 위해 농사를 지어놓았더니 그렇게 홀라당 콩대가리를 따먹는 그것들에 대해서 얄밉다고 이야기한다. 정말로 얄밉게 생각이 든다. 시를 쓴 사람의 마음이 직접적으로 내 가슴을 치고 가는 것 같다. “얄미워라” 라는 시에서 화자가 얄밉다고 말하는 녀석들은 모두 4. 그것들은 아마도 화자의 마음은 나 몰라라 하겠지.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그럴 것이다. “공부”라는 시에서는 공부를 하는 화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아무리 해도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사실. 이런 사실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우리는 모두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며느리의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공부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도 엿볼 수 있어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화자의 나이도 알 수 있었다. 정확히는 말하지 않았지만 80은 넘은 것으로 보인다. 첫 행에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바로 다음 시는 한글 맞춤법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 무시가 일부러 무시한 것이 아니고 시대상황이 화자에게서 배음의 시간을 뺏어가 간 것 같아서 슬프기도 했다. 지금 이 화자가 태어났더라면 아마도 남들과 똑같이 배움의 시간을 많이 가졌으리라. 비록 한글맞춤법이 틀려도 이해가 안 되는 시는 아니었다. 공부하는 날의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도 예뻐서 좋았다. 화자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다.
시사적인 시도 있었다. 그만큼 이분들도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지금 세월호에 관한 뉴스가 자주 나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슬픈 것은 많은 학생들이, 많은 착한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죽음은 가깝게는 그들의 부모, 친척에게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국민 모두에게도 슬픔을 가져다주기도 했다는 사실을 이 시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영감”이라는 조덕자 할머니의 시를 읽어보면 우리나라 할머니들은 모두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100% 공감할지도.
젊었을 적에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주막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하소연 하는 부분도 너무 좋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더니 집밖에 모른다고 하는 말을 듣고 기분 좋아히는 화자의 모습은 귀엽게 보이기까지 하다.
- 시란 무엇인가? 에 대해서 화두를 던져주는 시집. 그래서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시집)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