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이 계절, 크리스마스가 온다.
누구에게나.
그러나 다 다른.
같은 나에게도 매번 다른.
물론 지금의 나에게는 특별할 것이 없는.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만 들어도 따듯한 것처럼 김금희의 연작소설 <크리스마스 타일>은 따듯하다.
크리스마스라는 각각의 타일들이 서로 맞물려 더더욱.
7편의 단편 속 인물들은 서로 다른 듯 또 연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하바나 눈사람 클럽'.
어린 시절 교회에서 만난 '남자애' 주찬성을 추억하는 장면들이 주는 따듯함은 그야말로 '봄볕' 같았다.
주찬성은 계절로 치자면 겨울이 지나고 봄볕이 막 의식될 무렵의 아이 같았다. 아직은 굳은 몸과 땅이 풀리지 않고 겨울에 얻은 혹독한 기억들도 잊히지는 않았는데 자연히 손가락이 꼼지락거리고 어깨가 펴지는 타이밍의 아이
좋은 단편을 읽을 때 느끼는 점은 단어와 단어가 만나 문장이 빛을 발한다는 것.
그런 문장과 문장이 이어진 이야기들이 빛나는 소설을 만든다는 것.
12월인데도 햇볕이 드는 정도에 따라 어느 것은 아주 붉고 어느 것은 여름과 아직 이별하지 않은 듯 여전한 푸른 잎이었다. 마치 시간이 어떤 것에는 지나가고 어떤 것에는 가지 않고 머문 것처럼. 얼마나 멀까, 소봄은 생각했다. 지난겨울 지민과 함께 첫눈을 맞았던 그 골목의 밤과 이 겨울의 밤은. 외롭고 슬프고 쓸쓸하고 울고 싶고 달라진 게 없네. 하지만 그건 기만이라고 소봄은 곧 정정했다. 세상은 너무 달라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절을 팬데믹이라고 부르니까.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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