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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도서] 희망

양귀자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작품을 읽으면서 나의 그때를 생각해 봤습니다. 나성여관 의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지치고 고달팠던 시대였을 겁니다.

소설 속 엄마는 굉장히 억세고 거친 사람입니다. 줄곧 소 통하지 못하고 돈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으로 늘 불 평불만만 늘어놓는 사람이지요. 하지만, 나는 그런 엄마 의 모습이 안쓰럽고 아팠습니다. 그 지난한 시간을 나의 엄마도 지나왔고 꼭 그만큼 악착스러웠거든요. 여자의 몸 으로 혼자 경제적인 부분을 감당하려면 어쩌면 당연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타고난 것이기보다는 모진 세상이 직조한 삶의 옷인 셈이지요.

소설 속 화자인 '우연'은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서성이는 사람입니다. 스무 살. 고통을 알고 이해하 기에는 아직 어리고, 주변 아이들 속에서는 그 속에 속한 듯하지만 조금은 갓길에 있는 존재가 우연입니다. 그런 우연이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조금씩 세상의 쓴맛을 알아 갑니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절망과 고통만이 가득 찬 사 람들, 그들이 기숙하고 있는 나성여관. 우연의 눈에 비친 세상은 두려울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연은 어 느 것 하나 놓지 않고 애를 씁니다. 그의 따뜻하고 올곧은 마음은 희망이라는 불씨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목을 보고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신화 속의 '판도라의 상자'가 생각났습니다. 판도라가 상자의 뚜껑을 연 순간, 욕심, 질투, 미움, 슬픔, 원한, 시기 등의 온갖 재앙(이라 불리는)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죠. 그 상자의 밑바닥에는 '희망'이 최후의 보루처럼 남아있었고요. 희망은 상자 바닥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것처럼 숱한 절 망과 고통의 끝에서 피어나는 꽃 같은 건지도 모르겠습 니다. 그 꽃은 그래서 소중하고 놓칠 수 없는 것인지도요.

소설 속의 나성여관은 세상 속에 존재하지만, 세상의 변두리 같은 느낌입니다. 지나온 시간들의 낡은 아픔들이 곰팡이처럼 피어있는 곳. 그것도 누추하고 한없이 허름한, 상처의 흉터들이 진물처럼 고여있는 바닥의 밑.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같은 곳. 찢기고 무너지고 싸우고 분노하지만 바닥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명 같은 희망이 오들오들 떨며 앉아있는 곳.

그 나성여관은 결국 파괴되고 사라지지만 그 틈에서는 어느새 희망이라는 존재가 새순처럼 싹을 피워냅니다. 새 로운 시작은 다 부서져야, 다 잃어야 가능한 것인지도 모 르겠습니다.
무너진 여관자리에는 다른 이름을 가진 새 건물이 태어 날 테고 그것은 곧, 새로운 희망의 다른 이름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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