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송찬호 시인)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놀란 장끼가 건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껑 우는 서로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리고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