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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의 신

[도서] 작은 것들의 신

아룬다티 로이 저/박찬원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독서모임에 들어오기 전엔 한국소설 외엔 거의 읽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읽었던 영미문학이 내가 접한 해외도서의 전부랄까? 독서모임에 들어와서 고전을 겨우 읽기 시작했는데 만난 인도문학! 책을 읽기 전 인도의 화려함만 생각했다. 마치 발리우드 그 잡채...? 책 표지도 너무 인도스러웠다. 게다가 1997년 출간한 작가의 첫 소설임에도 1997년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니! 엄청 기대를 하며 시작했다.

근데 웬걸. 이런 분위기의 책일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책은 1960년대 인도를 배경으로 한다. 이란성 쌍둥이 에스타와 라헬이 등장하고, 이들의 영국인 사촌이 사고로 익사하고 그로 인해 경찰서에 갇힌 벨루타, 그를 구하고자 진실을 밝히려는 암무. 이 책이 어려웠던 이유는 가족 4대가 나와 끊임없이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축을 오가고, 시점도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짜임새가 기가 막힌다.) 게다가 인도의 카스트제도 아래 역사가 녹아들어 있는데 내가 과거 세계사 시간에 인도에 대해 좀 배웠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더 힘들었다. 그리고 이 작가는 온갖 감각을 통한 묘사를 참 잘하는데, 이는 첫 단락에서도 알 수 있다.

“아예메넴의 5월은 덥고 음울한 달이다. 낮은 길고 후덥지근하다. 강물은 낮아지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고요히 서 있는 초록 나무에서 검은 까마귀들이 샛노란 망고를 먹어댄다. 붉은 바나나가 익어간다. 잭프루트가 여물어 입을 벌린다. 과일향이 진동하는 공기 중을 방종한 청파리들이 공허하게 윙윙댄다. 그러다 투명한 유리창에 부딪혀 떨어져서는 햇볕속에서 당황한 채 죽어간다.”

이런 첫 단락 때문에 너무 깊게 상상이 돼서 그런가. 여러 상황 묘사들이 너무 현실적이라서 불쾌하고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결말을 보고 나면 그래, 이런 글을 읽는데 이런 마음이 들어야지 싶긴 하지만.

늙지도 않고 젊지도 않은, 하지만 살아도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나이. 31살의 나는 아직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에 불과한 것 같은데 이 삶의 불행을 고스란히 껴안은 그의 인생을 읽으며 갑갑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여러번 책을 덮었었다. 소설이 아닌 실제 1960년대 인도는 이 책보다 더 했겠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신분 때문에 글을 배우지도 못하고, 남편에게 맞기도 하며. 인생은 견디며 살아내는 것에 불과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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