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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도서]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케이틀린 오코넬 저/이선주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당연한 건 없다. 마주하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안부를 묻는 일상이 사라졌다. 빈 자리를 채운 건 기기다. 온기라곤 느끼기 힘든 화면을 바라보며 문자를 건네고 주문을 넣는다. 결과만을 놓고 본다면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번잡한 부대낌의 과정을 건너 뛰었으므로 오히려 이 편이 낫다는 이들도 존재한다. 살짝 외로운 게 흠이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우리 자신의 정체성에 반하는 지금의 삶이 과연 지속 가능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30년 이상을 코끼리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의 이력은 독특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끼리라 하면 동물원에서나 볼 법한 존재로 전락한 지 오래다. 대부분의 국가가 도시화 되었으므로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역시나 저자는 연구를 위해 낯선 이름의 공간에서 적잖은 시간을 보냈다. 대자연이 살아 숨쉰다고는 하나 매순간이 위기였다. 개체 수가 현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겪은 후에 겨우 회복세에 접어든 상황은 코끼리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관찰 그리고 연구라 적지만 그들에게 인간의 출현은 방해이자 파괴의 가능성이었을 수도 있다. 이 흥미로운 기록에는 다양한 종이 함께했다. 대개가 군집을 이루어 살았으며, 방식은 다소 상이하더라도 서로 간에 소통을 하며 지냈다. 인간이 모든 종의 우두머리요, 세상을 관장한다는 사고에 길들여진 상황이라 그런지 동물로부터 무언가를 배운다는 자체가 내겐 낯설었다. 정확히는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는 묘한 제목에 이끌렸다고 보는 편이 옳다. 살고 죽는 일은 모든 생명체가 겪는다. 장례식은 다르다. 일종의 의례로, 난 이제껏 오로지 인간만이 의례를 감당할 수 있는 줄 알았다. 평소와는 다른 색 옷을 입고 특정 형식을 빌어 애도하는 행위는 감정 위에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덧댄 형태이기 때문이다. 장례식은 대표적인 사례에 불과했다. 저자가 주목한 많은 사례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무의미하다 말하는 듯했다. 각자가 철옹성과도 같은 선을 스스로 긋고는 교류치 않으려 애써온 게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일 정도였다.

흔히 동물 세계의 질서를 언급할 때 ‘약육강식’이란 표현을 쓴다. 강한 자가 약한 자들 위에 군림하는 건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 또한 과거엔 아예 이를 신분제라 하는 하나의 제도로 마련해 운영하기도 했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긍휼히 여기고 배려하는 건 오로지 인간만의 습성인 줄 알았다. 반대로 약자가 제 생존을 위해 일종의 연기를 행하는 모습 또한 인간이라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고 거기에 걸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불필요한 공격 받음을 차단했다. 한 번 즈음은 대들법도 하였으나 도리어 비굴함을 택한 그로 인해 전체가 평온했으므로, 영 성에 차진 않으나 참으로 이타적인 행동이라 칭할 법도 했다. 혹 인간처럼 씁쓸함도 느꼈을까. 유전적으로는 상당부분 인간과 동일하다는 침팬지나 원숭이 등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순간이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생명체의 모습은 숭고했다. 여러 날에 걸쳐 반복해 죽은 자를 찾고, 흙으로 이미 식은 몸을 덮어준다거나 나뭇가지를 쌓아 올려 각종 위험을 차단하는 행위를 동물들은 행했다. 저자는 그와 같은 행위가 동물원에서는 좀체 발생치 않는다고 보고했다. 자연 상태에서 앞선 세대의 행동을 접하며 학습을 해야 비로소 가능한 일들이 동물 세계에도 제법 여럿 있는데, 그런 측면에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동물원은 자극이라고는 전혀 없는 온실과도 같았다. 애도할 줄 모르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지. 피도 눈물도 없다며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정작 동물에겐 슬퍼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한 우리 자신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는 자존감을 바탕으로 의례를 행한다. 마음을 다해 서로 인사하고,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힘을 얻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애한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고, 큰 소리로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손을 맞잡은 채 서로의 눈을 가만히 바라본다. 우스꽝스러운 놀이를 하고,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리고, 우리 몸과 마음을 새롭게 다진다. 자연은 야생 의례에 다시 참여하는 길로 우리를 이끌어 더 풍요롭고 보람찬 삶을 살도록 돕는다. ?p304

 

동물에게도 같은 의미일, 인간 고유의 것인 줄 알았으나 현재는 인간보다 타 종이 더 진실되게 행하고 있을 의례를 떠올려본다. 감정을 외면하는 일은 강자의 전유물이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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