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 국가』
플라톤 (지음) |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펴냄)
정의, 이데아, 영혼론, 동굴의 비유, 이상국가, 철인정치, 지혜자...
서양철학의 토대를 만든 핵심 개념의 시작
- 플라톤 국가, 표지글에서
<플라톤의 국가>는 그의 저서들 중 10권의 분량으로 10년에 걸쳐 완성된 대작이다. 플라톤의 저서는 시기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로 나뉘며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주변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그래서 보통 '대화편'으로 불리며 <플라톤 국가> 또한 대화편으로 구성된 중기 작품이다. 초기에는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대변자 역할을 했지만 중기에는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의 철학을 대변하고 후기의 저서들은 중기에 선보인 여러 이론을 좀 더 추상적인 수준에서 논의한다.
플라톤과 같은 명문가의 자제들은 정치로의 입문이 거의 정해진 코스였다. 그러나 플라톤이 두 형과 달리 정치가 아닌 철학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계기는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처형이 주요했다. 아테네의 민주 정권에 의해 불의를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처형되는 스승의 죽음이 정치와는 거리를 두게 만든 것이다.
10권으로 구성된 <플라톤 국가>에서 다루고 있는 이론은 정치철학, 윤리학, 인식론, 존재론, 영혼론, 교육론, 예술론 등 광범위하다. 그러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철학을 논의로 부각시켜 윤리학과 비교, 대조시키면서 '정의'라는 큰 주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막대한 부를 가졌기 때문에 남을 속이거나 빚진 것을 갚지 않는 등의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것이 보람이었다"는 부유한 상인 케팔로스의 얘기로 논의는 시작된다. 폴레마르코스는 "친구에게는 이로운 것을, 적에게는 해로운 것을 돌려주는 것"이 정의라 하고, 트라시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글라우콘은 "강자가 취하는 이득이 아닌 사회의 대다수가 지키기로 협약한 것"을 정의라고 한다.
정의란 그 자체로 좋은 것, 그 자체로는 좋지 않으나 좋은 것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도 좋은 것, 그 자체로도 좋고 수단으로서도 좋은 것 3가지 중에 건강과 지식처럼 그 자체로도 좋고 수단으로서도 좋은 것이 진짜 정의라고 소크라테스는 말하고 있다.
제목만 본다면 '국가가 나아갈 길'이나 '올바른 국가는 어떠한 모습일지'가 논의의 중요 쟁점일 것 같지만 <플라톤 국가>에서 치중하고 있는 것은 개인의 윤리이다.
소크라테스가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는 국가는 칼리폴리스이다. 칼리폴리스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철인정치가 필수이다. 교육을 통해 권력과 명예를 탐하지 않는 절대 선의 존재인 철인에 의해 다스려지는 국가인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의(혹은 플라톤의) 이러한 이론과 주장을 그대로 현대에 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칼리폴리스는 군대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시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플라톤이 <플라톤 국가>를 통해 훌륭한 국가의 방향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밝히고 싶었던 것은 '정의'이기 때문이다.
마이클 샌덜의 저서인 <정의란 무엇인가>가 세계적인 성공을 이룬 것은 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뜨겁다는 것일테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고민은 계속되어 왔다. 정의란 무엇인가?
<플라톤 국가>를 통해 플라톤이 보여주는 여러 이론들이 현대인들에게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철학이라는 학문의 시작에 플라톤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예를들면 덧셈 뺄셈을 배우지 않고는 미적분도 함수도 할 수 없듯이 말이다. 플라톤이 결국 궁극적으로 얘기하고 싶어하는 것은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도 개인의 윤리가 있어야만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