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공산주의의 중심이었던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됨으로써 공산주의가 붕괴되었다
90년대에 들어서 한국 또한 <남쪽으로 튀어!>의 배경인 일본처럼 학생운동은
사실상의 독재정권이 사라져감에 따라 타도할 대상이 사라졌고,
운동을 위한 운동을 한다는 느낌을 풍기며 7,80년대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갔다
저자 오쿠다 히데오는 <남쪽으로 튀어!>에서 '학생운동은 구시대 유물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라져간 과거의 학생운동가인 '우헤하라 이치로'를 그의 열두살난 아들 '우헤하라 지로'를 통해
자칫 어렵고 무거운 내용일 수 있는 '전설의 투사' 우헤하라 이치로의 뒷이야기들을
저자 특유의 명랑하고 유쾌함을 담은 '성장소설'로 풀어낸다
소설에 등장하는 '파이파티로마'는 지도에 없는, 즉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토피아'로 등장한다
어느 국가의 영토에도 속하지 않으며 정부도 필요없는 꿈의 섬으로 묘사되어 있다
'세금은 못 내!' '국민연금도 못 내!' '학교는 국가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내는 곳!'
이라는 등의 주장을 내세우는 우헤하라 이치로의 사상과 전적으로 맞아떨어지는 환상의 섬이리라
현재 해결해 나가야할 한국의 대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국민연금 고갈' '주입식교육' 등을 생각하면
우헤하라 이치로의 주장들은 하나같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하지만 우헤하라 이치로의 말처럼
'평등은 어느 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중략)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
간절히 바라기만 한다고, 그저 불평불만만 외친다고,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는 우헤하라 이치로처럼 묵묵히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또 여느날들처럼 투쟁하는 사람들을 안전한 장소에서 구경하고
그들의 투쟁에도 달라지지 않는 사회를 바라보며 끊임없는 염증을 느낀다
이제는 꿈의 섬이 되어버린 '파이파티로마'를 현실에서 실현시킬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의 영토, 누구의 재산을 가르며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져만가고
이웃의 무관심과 이기주의적인 사회속에서 남과 비교를 하며 풍요속의 빈곤을 느끼는
이 시대에서 말이다...
민주주의에 염증을 느끼는 그대들이여 '파이파티로마'를 향해 <남쪽으로 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