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는 총 10편의 단편소설과 4편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뒤쪽의 4편의 이야기에는 '피날레'라는 소제목이 따로 붙어있었다.
작가가 1931년 생이다 보니 이야기들의 배경은 거의 다 자신이 살아왔던 과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2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경우도 많고.
단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의 작품 하나하나에서 여러 사람들의 인생을 진지하게 느낄 수 있다.
인물마다 그 나름의 인생 역정을 겪게 되는데 그녀는 우리를 그런 장면들 속으로 담담하게 안내해준다.
하지만 담담한 그녀의 글 사이사이로 터져 나오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았다.
예를 들면 주인공들이 느끼는 어떤 예감 같은 것들, 어쩌면 나는 그들보다 오히려 더 먼저 불길함을 느끼곤 하며 더욱 불안해했다.
책을 읽고 나니 왜 그녀가 현대 단편의 거장이라고 불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소설이니까 특별히 창조된 것이 아닌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의 모습들에
정겹기도 했고, 어이가 없기도 했으며, 나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시대 배경이 배경이다 보니 지금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도 꽤 나오지만,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옹호하지는 않는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피날레 4편을 나는 소설을 읽듯이 읽었는데,
그녀는 이 이야기들이 자전적 이야기이지 소설은 아니라고 밝히긴 했다.
그녀는 일기를 쓰지 않았기에 과거를 회상해서 쓴 글들이 전부 사실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심정적인 것만큼은 진실하다고 한다.
이런 자전적인 이야기를 쓰는 데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절필을 선언하며 마지막에 이런 글들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