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호시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를 접한지도 1년여라는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을 시간인지라 그간 플라시보 시리즈가 완결됐다고 한다. 한때는 출판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다음 시리즈의 출간일까지 물어볼정도로 엄청 관심을 갖던 책인지라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편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왠지 좀 아쉽다. 물론 아직 시리즈 전부를 읽은 건 아니지만 더 이상의 모습은 볼 수 없다는 점이 그렇다. 한 권의 책에 빠져든다는것은 사람들과의 인연과 비교해도 다를게 없다.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 이별하게 된다. 남는거라곤 머릿속의 추억과 가슴속의 아련함 정도가 아닐까 싶다. 최근에 읽었던 밀레니엄 시리즈만 해도 그렇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작가였지만 대단한 책을 세상에 내놓았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작가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10부작이라는 계획을 뒤로한채, 3부작만을 내놓은채 말이다. 이런 갑작스러움조차 내게 있어선 나중에 돌이켜볼 수 있는 추억중의 하나로 자리잡는다. 그것이 조금은 씁쓸할지라도 말이다.
단편집으로 구성되있는 플라시보 시리즈는 그중 하나를 제목으로 삼는데 이번편은 '흉몽'으로 결정된 모양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귀신과 유령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이 몇몇 등장한다. 어느 산길을 걸어가는 노인을 상대로 나타나는 식인요괴의 이야기를 담은 [요괴], 인생의 내리막길앞에서 악한 마음을 먹는 사람들과 악령의 이야기를 담은 [냉혹한세상], 재능있는 소년에게 다가온 남자가 준 씨앗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씨앗의쓸모]편등은 꽤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것들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니 말이다.
분명 이번에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고 좋은 평점을 주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헌데 예전만큼의 설레임이나 충격은 덜한 것 같다. 아마 총 30여권이 넘는 플라시보 시리즈의 절반 가량을 접하다보니 이야기의 패턴이나 소재등에 있어서 많이 익숙해져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이제는 식상하다고 여길정도의 이야기도 있었고 지루하다고 여긴 것도 있었다. 하지만 안좋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접했던 플라시보 시리즈를 마냥 재미하나로 보았다면 지금은 각각의 이야기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재미 이상의 무언가를 찾을 수 있는 찾을 수 있게 됐다. 처음에 반전과 기발함으로 내게 다가왔었던 이 책이야말로 내 인생에 있어서 기억에 남는 책들 가운데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