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역사상 가장 좋아하는 나라를 꼽으라 한다면 바로 고구려다. 삼국시대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백제, 신라보다도 강한기백을 지니고 있는 고구려라는 나라는 유독 마음에 들었다. 평소 판타지를 즐겨보는 나로써는 역사소설은 생소하기에 기피하는편인데 이번 책은 역사판타지라는 픽션이었다.
고구려군의 수장이자 행적직의 우두머리인 대막리지였던 을지문덕 장군은 살수대첩을 통해서 고구려와 수나라의 싸움에서 대승을 거둔다. 후에 당나라에 이목을 집중시킨 을지문덕은 영양왕의 뒤를 이은 영류왕에게 중원을 공격하자고 건의했지만 왕권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던 영류왕은 을지문덕을 경계하며 이를 거부한다. 이에 실망한 을지문덕은 모든 관직에서 물러나 초야에 묻혀 산다. 그러던 중 함께 전장을 누비었던 양만춘과 연개소문이 을지문덕을 찾아오면서 사건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한편 타고난 재능을 뒤로한채 평화롭게만 살아가던 을지문덕의 손자 을지소는 우연히 만나게된 서돌궐 추장의 아들, 딸인 흑무와 흑건을 만나게 되면서 남을 이기고자 하는 것이 아닌 지키고자 하는 힘을 기르고자 한다.
여기까지가 책의 시작이자 사건이 전개되는 시점이다. 책에서 주목해야 할것은 바로 국선랑이다. 고구려의 최고무사교육기관인 국선학당에서 수련을 받은자를 뜻하는 말인데 신라의 화랑과는 비슷한듯 싶다. 을지소와 더불어 일곱명의 소년,소녀들이 등장하는데 이중 을지소만이 조의선인의 단계를 넘어 선골에 이른다. 책소개글에서 고구려판 해리포터라는 다소 식상한 말이 왜 있나 싶었는데 아마도 국선학당이라는 학교(?)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각자의 뜻한바를 이루기위해서 뭉친 소년,소녀들이 국선학당을 통해 성장하며 나라를 위해 힘쓰는 모습이 참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본 한국 판타지가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란 책이었는데 고구려 국선랑 을지소도 뒤지지 않는 듯 싶다. 개인적으로 을지소라는 인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기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간 판타지라 하면 대부분 서양권을 배경으로 하는데다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게 보통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역사를 배경이 판타지와 이렇게 잘 맞아떨어질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횡재를 한 기분이었다. 바람의화원, 왕의밀사와 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픽션은 꽤 접해보았지만 역사판타지는 처음이었기에 신선한 느낌이었고 역사속 인물이나 사회구조를 판타지스럽게 잘 써냈고 인물간의 대립구조나 인물간의 특징이 잘 살아있어서 지루한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