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출판사 : 하빌리스
명불허전.
너무나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초기 작품이다. 언젠가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괜찮다는 책을 많이 사서 발표 순서대로 읽다보니 아마 한동안은 옛날 작품이 주를 이룰 듯 하다.
어느 호텔의 파티장에서 보석 회사의 파티가 열린다. 파티 진행 요원인 '컴패니언' 들이 대기하는 호텔 방에서 파티가 끝난 후 한 여성이 죽어있다. 맥주를 마시고 쓰려졌으며 청산가리의 일종을 타서 먹은 것으로 보인다. 문에는 체인이 걸려있어 범인이 그녀를 죽이고 밖에 나가기는 힘들어보인다.
사건은 혐의점이나 용의자가 딱히 없기 때문에 자살로 판명이 되고, 그 일은 지나치나 싶다. 그녀와 같이 일하던 교코는 다소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번 사건 담당 형사인 시바타가 그녀의 옆집으로 우연히 이사를 오게 되고 둘은 사건 이야기를 종종 나눈다.
호텔방에서 죽은 동료의 고향을 찾아간 교코와 시바타는 죽은 동료 에리가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에리의 남자친구는 몇년 전 한 회사의 회장을 죽이고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회사의 다음 회장의 아들도 이 파티에 참여했다. 그가 교코에게 말을 걸고 데이트를 신청한다. 이건 다 우연일까?
그녀의 죽음과 남자친구의 과거 자살은 연관이 있는 것일까? 교코와 시바타의 케미도 돋보이고 에리의 죽음과 그 남자친구의 죽음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의 죽음을 연관시키는 추리도 재밌는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여느 작품들보단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다고 해야하나? 확실히 더 가볍게 읽히는 작품이다. 초기 작품들은 확실히 최근 작품들에 비해 사회적 메세지를 담거나 심리적 묘사를 집중하기도 하지만 결국 트릭을 풀어내고 범인을 찾는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보니 당연히 그런 심리적 묘사는 보인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일본의 버블 경제를 잘 보여준다. 보석 회사와 그 보석 회사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파티, 그리고 그 파티에서 서로 경쟁을 하며 더 크고 좋은 보석을 또 구매하는 고객들까지. 전형적인 버블경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의외로 보편적인 서민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버블경제의 중심에 살고 있지만 사실 파티의 진행 요원인 '컴패니언'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교코. 그녀는 수천만, 수억엔에 달하는 보석을 손 쉽게 사는 것이 꿈이고 그렇기 위해 부자와 결혼하고 싶어한다. 현실은 원룸에 거주하고 있지만 우연한 기회로 부자와 연관되자 어떻게든 이어지고 싶어 클래식을 찾아 듣고 발레에 관한 책을 본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가 허영심 있게 비춰지진 않는다. 단지 사회 분위기가 그러니 도쿄에 거주하면서 어느정도 휩쓸렸을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론 트릭도 나쁘지 않았고 범인도 정체를 너무 알기 쉽지도 그렇다고 억지로 짜여진 느낌도 아니었다. 꽤 괜찮은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워낙 다작을 하기 때문에 가끔 퀄리티가 떨어지는 작품이 나온다고 하던데 내가 읽었던 작품들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대체로 괜찮았다. 너무 인기가 없으면 우리 나라에 출시가 되지 않기도 할 것이고 후기가 좋은 작품들을 골라 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이 작품은 추천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