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저자 : 오건영
출판사 : page2
경제의 연결 고리가 보인다
제목을 보면 선뜻 어떤 책인지 알기 힘들수도 있다. 하지만 부제목을 읽어보면 경제학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유튜브에서 보거나 저서를 읽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방대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며 분석, 예측을 하기에 일반인들은 그의 저서를 읽거나 이야기만 듣더라도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질 것이다. 특히 베스트셀러인 '부의 시나리오'와 '부의 대이동'은 정말 유명한 책이다.
경제를 단순히 이론으로만 설명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기라 너무 어렵기 때문에 대중적인 교양서에는 과거 경제 위기들을 설명하면서 경제의 흐름을 이해하려는 책은 많이 있다. 그 중 이책은 개인적으로 가장 짜임새 있고 깊이 있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첫째로 다루는 기간이 길지 않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좀 더 가더라도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와 주변국들의 경제 상황부터 코로나 19 사태에 일어난 인플레이션까지 30년이 되지 않는 기간을 다뤘다. 게다가 그 기간이 가장 최근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겪어왔던 기간이다.
둘째로 설명이 매우 쉽다. 어려운 용어가 많이 쓰이지 않고 쓰이더라도 제대로 설명해주고 넘어간다. 용어의 의미와 경제적 관점에서 내포된 의미까지 잘 짚어주고 넘어가기에 생소한 용어가 있어도 이해하기 쉬웠다.
마지막으로 에세이같은 느낌으로 쉽게 설명해준다. 전체 페이지가 470 페이지 정도로 읽기에는 오래 걸릴 수도 있으나 그만큼 풀어서 설명을 해주었고, 18개의 챕터로 나눠 짧게 에세이 형식으로 설명하고 시작과 끝에 요약본이 정리되어있다.
각 챕터마다 시작되는 일러스트와 네컷 만화는 읽을 내용을 요약하여 예측하게 해주고, 챕터가 끝날 때 다시 한번 요약설명해준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폭등 후 작년에 폭락을 하였다. 그 후 지금은 어느정도 횡보(약간 하락 혹은 상승일 수도 있다)를 보이고 있다. 주식은 상대적으로 바닥을 찍고 조금씩 올라가고는 있지만 여전히 예전처럼 마냥 오른다고 믿고 투자하기는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아니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될까? 인플레이션을 이기지 못하고 화폐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시대가 올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내용이 궁금하지도 않을 것이다. 궁금한 점은
부동산과 주식 중 어떤 것이 미래에 안 떨어지고 오를까요?
달러 환율이 오르고 엔저가 계속되는데 어느 정도까지 갈까요?
등 직관적인 질문이다.
보통 이런 질문들을 맞추지 못하여 전문가들을 폄하하는 경우들이 있다. 하지만 경제란 생물과 같아서, 아니 어느 면에서는 전 세계를 아우르기에 생물보다 복잡한 부분이 있어서 예측이 불가능하다. 난 경제 문제에서 중요한 점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코로나가 시작되고 부동산 광풍이 불었다. 아마 그 때 집을 구매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시기가 늦어도 2021년이나 2022년에 구매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시 주식 시장도 광풍이었다. 미국 주식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으며, 미국 주식이 순항을 탈 때는 아무 종목이나 사기만 해도 돈을 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럼 세계 경제는 위축되고 생산, 교역이 힘들던 코로나 시대에 왜 자산 가격은 올랐을까?
그보다 10년정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08년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하며 전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왔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당시 사건의 원인은 미국의 금융기관들이 신용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무분별하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줬고, 이후 경기 침체가 다가오면서 대출 상환이 되지 않자 줄줄이 무너진 것이다. 그럼 은행들은 어떻게 돈이 나서 주택담보대출을 해줬고 그 이후 경기 침체는 왜 왔을까?
'닷컴 버블'이란 용어를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닷컴 버블을 인터넷 관련 회사들만 망한, 마치 코인 폭락과 같은 거품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면을 파헤쳐보면 그와는 사뭇 다르다.
1997년, 아직까지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경제 위기로 다가오는, 국가 부도라고 표현하는 IMF 금융 구제가 있었다. 그럼 대한민국은 무엇때문에 금융 구제를 받았을까?
경제란 한가지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수요와 공급으로 흑자와 적자가 나는 것이 기본이지만 이 수익 구조도 나라마다, 종목마다, 기업마다 저마다 다르다.
게다가 무역을 하는 나라들은 모두 같은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세계의 기축 통화는 달러이지만 우리나라는 원화를 사용하고 유럽의 유로화, 중국의 위안화 등 각 나라마다 고유의 화폐가 존재한다.
그 돈을 찍어내는 나라들도 일정한 양을 찍어내지 않고, 여러 이유들로 그것들을 조정한다. 통화량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을 통해 금리도 조절하여 유동성의 정도를 조절한다. 유동성을 조절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등 물가 안정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타 국가들의 조절에 의해 환율 방어를 하기 위한 부분도 있다.
게다가 모든 무역에서 원자재값의 변화는 전세계 경제를 말 그대로 좌지우지한다. 국가에서 발행하는 채권이 끼어들면 또 어떻게 복잡해지겠나?
신기술이 발명되는 경우, AI 기술 등 혁명적인 기술이 생성되는 경우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또 충격적인 이유를 경험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천재지변으로 인한 사회 생활의 변화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인식할 것이라 본다.
이 책은 이 모든 내용들을 천천히 설명한다. IMF 외환 위기의 경우, 다들 진행 과정은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들이 외채를 많이 끌어 썼고, 그걸 갚지 못하자 정부가 외환보유고로 갚으면서 외환보유고가 너무 부족해지고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것이다. 그럼 돈을 빌리지 않으면 되지 않았나?
당시 대한민국은 환율을 국가에서 조절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심지어 원화의 가치를 다소 높게 책정한 환율을 유지했다. 당시 금융 정책을 보면, 다른 나라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고성장으로 자본 요구량이 많아져 가계 저축 유도를 위한 것도 있고, 고성장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환율이 일정하고 금리가 높으니, 복잡한 과정을 거치더라도 금리가 낮은 미국에서 돈을 빌리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싼 값에 융통할 수 있었다. 당시 이런 중매 역할을 하던 것이 종합금융회사이다. 이들은 이자가 싼 단기 외채를 빌려와 기업에는 장기대출을 해주며 그 차익으로 이득을 보는 구조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태국, 인도네시아의 외환 위기도 생겨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금리를 많이 주는 미국이 매력적이고, 원금 회수가 힘든 위험한 아시아 시장보다 미국이 좋기 때문이다. 이 때 달러 강세가 되며 환율이 오른다. 사실 환율이 오르게 놔둔다면 이 사태가 어느정도 유지된다. 하지만 당시 대한민국은 환율을 고정화하고 있었다.
환율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간단하게 중국처럼 외국 자본의 유출을 국가가 막으면 된다. 하지만 규제가 있다면 추후 투자를 유치하긴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1997년 대한민국은 그럴 위치가 되지 않았다.
두번째로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고 유지되도록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 수익률을 높여준다면 외국 자본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금리를 건들기엔 내수 경제에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이 때 대한민국이 택한 것이 외환 보유고로 원화를 구입하는 것이다. 환율 방어라고 하는데, 결국, 환율과 금리 모두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단기 외채가 많았던 이 시기에 이 방법은 독으로 돌아오고 결국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 것이다.
앞서 말한 요소 중 세 가지가 국제 금융 시장에서 중요한 것이며 절대 공존할 수 없는 불가능한 삼위일체라 한다.
안정적인 환율
독자적인 통화 정책
자유로운 자본 이동
앞서 보았듯, 다른 나라가 금리나 환율을 변동시키면, 결국 이 중 한가지 이상은 유지할 수 없다.
이 과정이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외환위기이다.
닷컴 버블도 비슷하다.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투자처를 찾아 자본이 이동하므로 환율이 하락한다.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거래하는 전 세계의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게 된다. 그럼 원자재가 경제에서 중요한 나라들은 타격을 입는다. 미국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한다. 문제는 금리 인상은 내수 경제의 유동성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금융시장이 탄력을 받고 상승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이처럼 금리 이상을 해야 하는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가계는 지출을 줄이고 금융 시장이 경직을 보이며 주식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러한 부분이 극적으로 일어난 것이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사건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조금 더 복잡하다. 미국 금융 시장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며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금리 인하로 인해 유동성이 올라갔고, 잉여투자금이 채권을 찾으며 우량 채권을 만들어내게 된 것이 크다. 그러던 중 연준이 여러 이유로 금리를 올리자 부실했던 서브프라임 대출부터 무너져 도미노처럼 무너진 것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다가온 것이다. 이 책에선 새로운 관점도 제시한다. 신흥국과 미국의 글로벌 불균형이 금융 위기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의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한 미 정부와 연준의 노력, 이후 침체기를 겪다 코로나라는 사태를 만나 예상치 못한 자산 가치의 상승을 시작으로 한 인플레이션까지 설명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생각나는 영화가 두 편이 있었다. 우리 나라에서 나온 '국가 부도의 날'과 미국에서 제작된 '빅쇼트'이다.
국가 부도의 날은 사실 너무 극적인 내용을 강조하느라 경제학적 설명이 정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하는 자체가 국가 부도라 생각하는 것이 당시 정서에는 맞았겠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빅쇼트는 정말 훌륭한 영화이다. 영화도 재밌고 2009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영화로 이해하게 주요 내용들이 전부 담겼다는 점에서 꼭 한번, 정말 꼭 한번 봤으면 하는 영화이다.
- 감독
- 아담 맥케이
- 출연
-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핀 위트록, 카렌 길런, 셀레나 고메즈, 마리사 토메이, 맥스 그린필드, 멜리사 레오
- 개봉
- 2016.01.21.
너무 어려운 분야라 설명을 잘 못했지만, 이 책에선 1990년대 세계 거시경제 흐름부터 현재 상황까지 모두 설명되어있다. 네 번의 위기에 대해 말하고 있으나 위기가 일어난 원인과 그 후 과정을 그리니 경제의 거시 역사 30년을 샅샅히 훑은 셈이 되었다.
경제를 공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자산 증식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주식 등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경제의 톱니바퀴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경제를 이해해야 언제 투자를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과거부터 경제학은 엄청난 성장을 해왔고, 그 정수는 결국 최근 연준과 각 정부들의 대처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 재테크에 관심 있는 사람들 모두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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