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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저자 : 유시민

출판사 : 돌베개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유시민 저
돌베개 | 2023년 06월

 


과학은 사실의 집합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인간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다

최근에 읽은 어떤 책의 저자보다 화려한 이력을 지녔지만 설명은 저 위에 쓴 것이 전부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항소이유서를 써 사회의 관심을 받고, 이후 진보 진영에서 정치도 하며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도 지냈다. 그 후 여러 선거 끝에 정계에 은퇴한 후 지금은 작가와 방송인으로 지내고 있다.

저기 쓰여진 책 이외에도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등 쓰는 책마다 히트를 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쓰는 책의 장르만 하더라도 에세이, 경제학, 역사, 사학사, 정치철학에 이어 이번엔 과학까지 섭렵하고 있다. 방대한 분야에 걸쳐 글을 쓰지만, 분명한 것은 내용이 얕지 않다. 정치적인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생각하지만 난 정치적인 부분은 잘 모르기에 거슬리지 않는다. 그 후 방송 활동시에 알게 되었기에 그 이후 행적에 집중하면, 정말 말을 너무 잘하고 그만큼 글솜씨도 너무 훌륭하다. 읽기 쉬운 문장과 깊은 내용, 또 그 내용을 뽐내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끊기도 하는, 정말 글을 잘 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목차를 보면 다루는 내용은 물리학, 수학, 화학, 생물학, 뇌과학까지 정말 기초 과학 전 분야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300페이지의 짧은 분량에 내용이 깊진 않아 과학 교양서라 불리기는 한계가 있고 인문학자가 바라보는 과학 에세이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겠다.

난 물리학, 수학을 먼저 적어놓았다. 나에게 과학을 논할 때는 당연히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 먼저 나와야 맞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후기에서 전형적인 문과 사람들이 과학을 접할 때 이해하기 쉬운 분야부터 적어놓았다고 하여 너무 이해가 되었다.

1장에서 그가 과학을 접한 이유를 잘 정리해놓았다. 파인만이 이야기한 '거만한 바보'가 되지 않기 위함이었다. 거만한 바보란, 과학도들이 보기에 보이는 인문학의 모호함, 애매모호함을 비꼬듯 얘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인정하고 '정직한 바보'라 여기며 과학 교양서를 공부하는 모습이 사뭇 신기했다.

나는 학창시절, 물리학자나 수학자를 꿈꿨다. 결과적으론 전공을 생물학이 주가 되는 학문을 골라 지금까지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 학문과 일이 절반, 술과 자유의 날을 즐기는 것이 반절이던 질풍같던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니 내 전공만 아는 '바보'가 되어있는 것을 알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장르도 바뀌었다. 과거 과학 위주로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읽었던 독서에서 생각하고 사고하는 것을 목표로 바꾸었다(그래도 여전히 정보 전달 위주의 책이 많다). 그러면서 서서히 관심을 가지는 분야가 역사학과 경제학이다.

2장부터 본격적인 내용이 시작된다. 뇌과학인데 시작하는 내용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 이다. 다음으로 나오는 내용은 한계 효용 법칙의 경제학을 논한다. 다음은 좀 더 황당하다. 칸트의 철학을 다루더니 양자역학과 연관을 시키고, 급기야 맹자까지 등장한다.

3장 생물학은 그래도 좀 낫다. 다윈주의로 시작하지만, 다윈주의로 인해 인문학에서 초래된 좌파와 우파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후 '이기적 유전자'와 그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인 'ESS 모델'을 설명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회주의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분석한다. 개인적으로 이 내용은 이 책에서 저자의 인문학적 소견과 과학적 지식의 만남이 가장 아름답게 이루어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관련 논문이나 학문적 고찰이 많긴 하겠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내용이기에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고, 혹시라도 관련 서적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고 싶다.

화학에선 정말 오랜만에 보는 주기율표가 참 반가웠다. 화학, 물리학을 하다보면 빠질 수 없는 환원주의를 모든 학문에 빗대어 이야기하고 마지막엔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통섭'에 대해 깊게 언급한다. 개인적으로 읽고 싶어 구매했지만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기에 관심 있게 읽었고 다음에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리학은, 현대 물리학을 떠받히는 두 기둥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열역학에 대해 논하며 불교와 석가모니까지 팔을 뻗었다. 물리학 파트가 학문 자체의 깊이가 제일 깊은 듯 여겨졌다. 아마 김상욱 교수의 자문이 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부터 상대성이론, 천체물리학까지 나름 다른 학문보다 세세하게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빠지지 않고 논하지만 전공자 외에 정말 잘 알지 못하는 우주의 언어 수학에 대해 언급하며 책은 마무리한다.


지금은 지식도 부족하고 필력도 딸리고 인지도도 없기에 불가능에 가깝지만, 혹시 가능하다면 책을 꼭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책도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닌 이런 교양서적에 가까운 내용이다. 소설이나 에세이는 내 성격상 애초에 잘 쓸 수가 없다. 내 전공 분야가 아마도 제일 쉽겠지만 전공이 아닌 역사, 재테크, 물리학 등의 분야면 더욱 좋겠다.

썰전에서는 정치적 모습을 봤고 그 이후 알쓸신잡에서 처음 유시민 작가를 접한 후 그의 잡학다식함에 감탄했다. 이후 책을 읽을 수록 더 놀랍고 나도 언젠가부터 그와 같은 잡학의 지식인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에서 다루는 방대한 학문 분야, 과학부터 미술까지 망라하여 최고의 천재라 불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어느 한 분야를 파지 않고 방대하게 알다보면 어느 순간 경지에 오르는 것이 아닐까?

갑자기 터무니없이 세기의 천재들을 소환했지만, 스케일을 좀 더 줄여 생각해보자. 역시 학문의 발전은 다른 학문과의 교류, 경쟁에 있고 그 역할이 잘 이루어진다면 '통섭'이 가능할 것이라 본다. 과학계는 학문의 통합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야 할 방향과 학문의 목표가 뚜렷하게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우주 전체의 섭리를 밝히는 것이 목표고, 화학도 물질의 성분에 따른 특성을 이해하고, 새로운 물질들을 만들어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수학은 우주의 언어이기에 모든 언어를 해독하는데 목표가 있을 것이며, 생물학은 생물의 모든 기원과 그에 따른 문제를 찾는 것 등이 있겠다. 반면 경제학은 가장 최적의 경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일까? 하지만 우선 그 전에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떤 제도가, 어떤 정부가 최적일지도 아직 잘 모르지 않나? 이럴 때 수학을 접목시켜서, 아니면 생물학과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 조율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건방진 소리였지만, 꼭 한번 기대해본다. 이 책에서 언급됐지만 읽지 않은 여러 권의 책, 예전에 읽었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 책 등은 꼭 읽어보아야겠다. 첫번째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꼭 읽어보고 싶고, 원더풀 사이언스와 엔드 오브 타임은 꼭 한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외에도 경제학, 수학, 물리학, 화학 등 본문에 추천했던 책을 사서 꼭 읽어봐야겠다.

오랜만에 사고의 틀을 넓히며 자유로운 상상을 해봤고, 지식에 대한 욕구사 샘솟는 너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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