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썬킴의 거침없는 중국사
저자 : 썬킴
출판사 : 지식의숲
중국 역사 책 중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으신가요?
설민석, 최태성 강사님 등 한국사 강사님들이 유명하고 여러 책을 쓰셨다. 다만 그 분들은 한국사 '강의'를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인 반면 이 책의 작가 썬킴은 사실 전공자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역사적 지식이 절대 짧지 않다. 오히려 직접 역사의 장소를 방문하기 때문에 더 와닿고 깊게 이해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이야기를 워낙 재밌고 쉽게 잘 하시는 점이 매력적이다. 근현대사를 바꾼 주요한 전쟁으로 세계사의 맥을 짚어본 '썬킴의 거침없는 세계사'에 이어 이번엔 중국 역사를 그린 책을 들고 나왔다. 이번 구성은 기존과 달리 연대순으로 구성되어있다.
전체 구성을 보면 역사 이전의 신화 시대부터 중국의 근현대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아편전쟁 이전까지의 청나라를 그리고 있다.
나는 중국 역사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역사를 좋아했던 계기를 보자면 가장 처음 한국사는 당연히 관심이 갔고, 세계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주변의 역사와 세계사의 중심이 되는 나라들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며 여러 나라의 역사로 가지치며 공부했다. 반면 중국사는 조금 다르다. 삼국지, 수호지 등을 어릴 때부터 워낙 많이 읽었고 그런 관심이 커가면서 자연스레 무협소설로 이어졌다. 무협 소설을 읽으면 빠질 수 없는 영웅문의 배경인 원나라에 대한 관심부터 명나라, 청나라에 대해 파기 시작했다. 시작은 지역부터 문화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중국 역사에 대한 책을 읽고 있었다.
이 책은 25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에 글씨도 아주 작지 않아서 중국 역사를 다 담기는 무리가 있는 분량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기에 중국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읽기 너무 좋은 분량이다. 왕조에서도 단순한 나열적 설명이나 암기를 위한 설명은 전부 배제하고 정말 필요한 것만 설명하였다. 각 시대별로 주요 왕 몇명과 특정 사건만 나열하였고 그러면서 이해는 되지 않고 설명이 늘어질 수 있는 가지들은 과감히 제거했다.
또한 이런 역사서들은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당시의 의복, 음식, 결혼 풍습 등 문화나 다른 내용들을 담고 있을 때가 있는데 막상 책을 읽다보면 잘 읽히지도 않고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은 그런 곁가지는 과감히 제거했고 순수하게 중국 역사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
세상을 창조했다던 반고의 이야기부터 신화 속 존재인 삼황오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후 하나라, 상나라, 주나라로 중국의 고대 국가, 아마도 중앙 집권은 되지 않은 조금 큰 부족국가 규모의 나라들을 설명한다. 여기까지는 나라의 존재는 알지만 역사가 자세히 알려지지는 않은 나라들이다. 주나라 이후 당시 실제 생활은 고통스러웠을 수 있지만 흥미진진한 시기인 춘추전국시대가 나온다. 이 시기는 시대를 나열하기보단 우리에게 유명한 관포지교, 와신상담 사자성어를 설명하며 주요 국가와 전쟁 이야기를 설명해준다.
3장에서 한나라와 삼국지를 설명할 때도 설명 방식은 비슷하다. 초한지의 유방과 항우의 인물과 관련된 스토리를 설명하고 자잘한 설명을 없애고 한무제와 <사기>를 쓴 사마천에 대한 설명을 하고 넘어간다.
삼국지 이후의 역사는 다소 복잡하다. 아마 왕조를 다 숙지하고 넘어가는 것은 전공자가 아니고선 굳이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 오랑캐가 16개의 나라를 세웠다는 오호십육국 이후 북위가 통일하며 북조가 형성되고 남부 지역은 동진 이후 송, 제, 양, 진 네 나라가 들어서는 남조 시대를 합쳐 남북조 시대라 부르지만 간단히 혼란스러운 시기였다고 이해하고 넘어가도 좋을 것이다.
이후 강력한 수나라가 들어서지만 곧바로 멸망하고 그 뒤 한반도와 만주 지역의 우리 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 당나라가 들어선다. 수나라와 당나라 모두 고구려를 침공했는데 아마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당시 중국을 통일했지만 그들이 실제로 어느정도 통일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을까? 이미 바로 붙어있는 무시하기는 큰 고구려가 버티고 있었는데. 게다가 북부, 서부, 남부 모두 다른 국가가 존재하는데 자기들끼리 통일이라는 개념을 쓰는게 새삼 이상하다는 생각은 든다.
이후 5대 10국 시대라는 또 다른 혼란의 시기가 온다. 북부에 5개의 왕조가 생기고 남부에 10개의 지방 정권이 난립하는 혼돈의 시기이다. 오히려 이 시기 가장 큰 나라는 5대 10국 중 한 국가가 아니라 거란족의 요나라였다. 여하튼 요나라는 만리장성 이남까지 진출해있지만, 송나라가 중원을 재통일한다. 이 시기를 보면 참 요상하다. 자기들이 중국의 영토라 주장하는 지역에 다른 이민족의 대국이 존재하는데 통일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심지어 이 시기 송나라는 평화 유지를 위해 조공을 바쳤다. 아니 중국 역사를 보면 북방 민족에게 조공을 바치는 시기가 훨씬 길었고 이러한 추세는 세계 역사에 많이 나타난다.
요나라에 이어 여진족의 금나라가 송나라를 위협하고 남쪽으로 쫒아 남송으로 나라가 줄어든다. 이후는 세계 역사에서 가장 폭풍같은 몽골 제국이 중국 전역을 장악한다. 이후는 잘 아는 명나라와 청나라의 시기이다. 홍건적 출신의 주원장이 세운 명나라는 몽골의 원나라를 무너트리고 중국을 다시 한족이 지배하는 영토로 만든다. 하지만 오래 가지는 못하고 300여년만에 멸망한 뒤 다시 한번 북방 민족인 여진족의 청나라에게 지배를 당한다.
중국 역사를 보면 특이한 점이 많다. 사실 지금이야 하나의 중국으로 불리지만 다 같이 통일되어 지낸 시기와 혼란의 시기가 비슷하다. 춘추전국시대는 500년 이상 지속되었고 한나라가 400여년 존속 후에 400년간 혼란의 시기를 겪고 수, 당 시대도 300년이 조금 넘는 시기이다. 이후는 송나라가 있긴 했지만 북방 민족과 지속된 전쟁과 영토 다툼이 계속되었고 몽골이 지배하기까지 350년정도 혼란의 시기가 있다. 그 후로는 원나라의 지배 90년, 명나라 약 300년, 청나라 대략 300년 정도이다.
지금도 보면 한 나라로 억지로 묶고는 있지만 위그르족 탄압, 티베트 승려 탄압, 홍콩 탄압 등 한 나라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최근만 보아도 몽골의 원나라, 한족의 명나라, 여진족의 청나라 이후 중화민국 시절인데 중화민국 시절에도 국공내전, 중일전쟁으로 온전한 지배를 하지 못하였고, 온전한 지배가 시작한 직후 벌어진 문화대혁명은 중국 역사, 문화 등에 처참한 결과를 가지고 왔다. 이러한 데서 오는 열등감과 교육의 부재가 동북공정 등 역사 왜곡으로 나타난 것일까?
중국사 전반을 가볍게 다룬 책에서 너무 깊게 간 듯 하다. 가벼운 이야기로 다시 넘어가봐야겠다. 이 책에선 중국 4대 미인을 전부 다루고 있다. 춘추 시대의 서시, 한나라의 완소군, 가상의 인물인 삼국지의 초선, 당나라 시기 막장극을 보여주는 앙귀비이다. 개인적으로 이 4대 미인은 미모도 미모지만 스토리가 너무 재밌어서 사람들이 미인으로 기억하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검색해보거나 유튜브에도 재밌게 정리해놓은 자료들이 많기에 궁금하면 한번 찾아보길 바란다.
오랜만에 집어든 역사책인데 너무 쉽게 쓰여진 책이라 재밌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