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도서]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저/이상희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제목 :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저자 :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출판사 : 추수밭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저/이상희 역
추수밭 | 2023년 06월



세상을 구하고자 한다면 먼저 당신의 방부터 치워라!

처음 읽는 책이고 작가 소개도 특이하다. 다양한 분야에 대해 책을 쓰고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주제에 대해 진지하고 깊은 이야기보다는 가볍게 풀어내는 글을 많이 쓰는 작가인 듯 보인다.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 2023

얼마 전 가장 뜨거운 시기를 보낸 후 UN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났고 이젠 지구가 끓는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했다. 나도 요 몇 년간 환경, 특히 기후 변화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고 정말 어느 정도까지 문제인지 어떤 점을 바꿔야 더이상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주 이사를 하며 집의 짐을 한차례 뒤집었다. 부서진 서랍장 등 대형 폐기물도 몇몇 나왔지만 그 외의 쓰레기도 참 많이 나왔다. 짐을 싸고 풀다보니 나오는 테이프와 묵혔던 짐, 비닐 등 쓰레기가 엄청나게 배출되었고 일반쓰레기만 50L 세 봉지가 나왔다. 결국 탄소 배출은 개인보단 기업이 줄이는 것이 우선이지만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웃분이 읽고 추천하셔서 사놓고 읽지 않는 책을 꺼내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것들을 주제로 어떤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음식 - '자연의 버터' 아보카도는 인공 버터와 얼마나 다를까?

육식은 모두가 알듯 탄소 배출에 있어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도, 내 행복을 위해서도 고기를 안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소 한마리가 배출하는 메탄의 양도 어마어마한데 먹어치우는 곡물의 양도 엄청나기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저자는 이런 육식을 줄이라고 한다.

 

게다가 음식이 남기는 탄소발자국은 동물을 사육하거나 음식을 만들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식재료를 운송할 때도 결국 석유나 전기를 사용한다. 가급적이면 지역 생산품을 구매하고 완성 식품을 구매하는 것을 자제해야한다.

 

자동차 - 요란스럽고 뚱뚱한 차를 꼭 가져야 할까?

테슬라를 필두로 자율주행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고 미국 등은 시범운행중이다. 심지어 미래에는 자율주행 택시가 나올 것을 예측하는 학자들도 많다. 저자는 이러한 자동차를 개개인이 가지는 자체가 엄청난 낭비이며 자동차에 대한 소유가 없어질 것이라 이야기한다. 필요할 때만 버스, 지하철처럼 공유하며 사용하는 날이 올 것으로 여기고 있다.

 

여행 - 그렇게 빨리 날아갈 필요가 있을까?

인류가 여행이라는 개념을 가진지 오래 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세계 최초의 관광 사업가 토머스 쿡이 시작한 이 새로운 사업은 산업혁명 이후에 생겼다고 한다. 그는 여행이 사치라고 얘기한다.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는 워낙 많기 때문이다.

 

물론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극단적으로는 각 국가별, 공항별 항공을 제한해야된다는 사람도 있다. 그는 이 관점도 지지하며 만일 여행을 하려면 기차나 배를 이용한 가까운 국내 여행을 추천한다.

 

패션 - 지구를 생각해서 에코백 하나를 더 사야 할까?

하얀 티셔츠를 만드는데,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천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원하는 색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이 소모되는지 알고 있나? 옷은 싼 옷이나 비싼 옷이나 환경에 정말 치명적인 것은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최근 패션의 양극화로 정말 비싼 명품과 H&M, 유니클로 등 싸게 대량의 옷을 공급하는 시장이 동시에 생기다보니 소비 자체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한다. 옷을 적게 구매해야 한다고.

 

전자제품 - 썩어 없어지는 아이폰을 만들 순 없을까

전자제품의 소비 사이클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핸드폰을 사용했던 사람들은 더 공감할 것이다. 예전에는 통화, 문자가 휴대폰 사용의 주 목적이었고 아예 기능을 하지 않을 때까지 고장나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단순히 신형 핸드폰이 나오기에 바꾼다. 24개월 약정을 이용하는 것이 이득인 경우도 있기에 바꾸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결국은 소비자의 소비 패턴에 따라온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미하엘 브라운가르트 교수는 가전제품의 문제는 버려지기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너무 많은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일회용 제품으로 전락시켜 쓰레기가 배출되기에 문제라는 것이다. 자연은 쓰레기가 없다. 우리가 쓰레기라고 버리는 것은 합성수지 제품들 뿐이다. 따라서 전자제품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선 애초에 재활용, 즉 업사이클링을 고려해 만들어야 한다. 구상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썩어 없어지는 물체로 만들면 제일 좋고 만들어 판매할 때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대여'하여 회수 후 재활용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부터 강조한다. TV의 크기를 줄이고 냉장고의 크기도 줄여 사용하는 전력을 줄여야한다. 세탁기를 쓸 때는 가급적 꽉 채워 사용하고 건조기를 없애고 건조대에 건조하는 것, 식기세척기 대신 직접 설거지 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거 - 다시 벽난로에 불을 땔 순 없을까?

최근 지어진 아파트일수록, 비싼 자재를 사용하여 신경을 쓴 집일수록 단열 시공이 잘 되어있다. 저자는 이 단열 시공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겨울에 난방의 필요성을 줄여주지만 여름에 답답하며 에어컨 사용을 늘린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이 시점에 굳이 단열을 신경써야 하느냐는 것이다.

 

쓰레기와 플라스틱 - 좀비보다 질긴 것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앞서 이야기했지만 자연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 나무의 경우 건축에 사용될 수도 있고 땔감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의자를 만들 수도 있다. 다듬고 남은 부분을 버리면 썩어 없어지고 사용한 나무도 기능을 다하면 썩어 없어지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반면 인류가 근래들어 만든 플라스틱은 다르다. 썩지 않고 계속 남아있다. 가볍고 질긴 비닐봉지가 썩지 않아 금지한 나라들이 많고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챕터에선 최초의 합성수지를 만든 베이클랜드 일가의 비극을 설명한다. 다 이야기하자면 길고 역겨운 내용도 섞여있어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 심지어 환경 문제와 플라스틱을 만든 가문의 비극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환경 문제를 만들어낸 베이클랜드 가문이 천벌을 받았다는 내용을 말하려는 듯 해 별로 유쾌하지 않았다.

 

동물 사랑 - 왜 개와 고양이는 되고, 소와 돼지는 안 될까?

개 한 마리가 연간 배출하는 탄소가 2.5톤이라고 한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개보다는 조금 낫다. 그러면서 저자는 왜 고양이와 개는 키우면서 돼지와 소 등 가축에 관한 문제는 간과하는지 의아해한다. 고등 동물을 애지중지하려면 똑같은 고등 동물인 돼지도 사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처칠 등 돼지를 좋아했던 인물들에 대한 예도 포함되어있다.

 

기후 변화에 맞서 고기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힘들다면 가축이 아닌 야생동물을 먹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도 핀트가 다소 빗나간다.

크랜베리와 붉은 양배추를 듬뿍 곁들여서 일요일 하루만 먹는 것이다. 적어도 야생동물들은 인간에게 잡아먹히기 전까지는 삶이란 것을 느겨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닭과 칠면조, 소, 송아지, 돼지는 대부분 그런 행운조차 누리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동물권을 존중하기 위해 가축 소비를 줄이자는 이야기로 끝나는 챕터였다.

 

스포츠 - 자연친화적으로 즐길 만한 품격 있는 운동은 없을까?

유산소 운동을 하는 자체가 탄소 배출을 늘린다고 한다. 신진 대사가 활발해지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적절한 운동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헬스장에서 하는 운동은 적절하지 못하고 자연에서 즐기는 등산 등의 운동도 야생동물 서식지를 침범하는 등 자연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주장하는 운동은 승마이다. 동물과 공생하는 스포츠라는 것이다. 이 챕터는 이 책에서 빠졌어야한다.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찬양하기 위해 들어간 쓸모 없는 챕터이다.

 

깨끗한 공기 - 건물 외벽을 이끼로 채우면 공기 정화가 될까?

마지막 챕터도 탄소 배출과 연관 있는 챕터는 아니다. 하지만 환경이라는 테두리에 들어가있다. 대기오염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기 오염이 점차 심해진다는 것이고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은 건물 외벽을 이끼로 덮자는 것이다.

 


예전에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는 것의 실효성에 대해 쓴 글을 보았다. 빨대를 대체하는 것은 결국 종이 빨대이며 최근 옥수수전분 빨대가 개발되고 있어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환경의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플라스틱은 석유 공정 중 자연스럽게 추출되는 것이고 석유를 줄이지 않고 플라스틱만 단독으로 줄이는 것이 기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 대체는 종이나 옥수수이다. 오히려 나무를 베어내 잠재적 탄소 감소를 줄이는 것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게다가 옥수수 전분으로 빨대를 만드는데 공정이 복잡하고 훨씬 많은 탄소 배출이 있다는 것이었다.

 

에코백이 에코가 목적이 아닌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많이 알 것이다. 에코백을 만드는데 염료와 물 등을 생각하면 비닐 대신 에코백을 수십번에서 백번 이상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에코백은 이제 이미 패션 아이템이 되었고 관광지에서 필수로 판매하는 상품이 되었다. 기존의 목적을 잃고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이렇듯 이 책은 실생활에서 실제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진짜' 환경을 위한 행동을 알려주려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텀블러 이용은 내가 매우 좋아하고 찬양하는 행동이다. 보온 능력이 뛰어나 여름에 얼음이 늦게 녹고 따뜻한 음료도 오래 간다. 일회용 플라스틱도 사용하지 않는 훌륭한 제품이다. 내구성이 좋아서 내가 텀블러를 사용한지 7~8년정도 되었지만 그동한 사용한 텀블러는 이제 세 개 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부분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자연과 환경 얘기를 빙자해 자신의 삶의 방식을 추천하고 있다. 육식을 줄이고 완전 조리식 소비를 줄이자고 한다. 자동차도 타지 말고 여행도 가지 말자고 주장한다. 옷도 줄이자고 하고 조금만 사라고 이야기한다. 집이 너무 큰 것도 사치이며 단열이 잘 되는 집은 결국 에어컨을 사용하기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생화를 집에 꽂아놓는 것도 너무 소모적이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비판하면서 같은 고등동물인 돼지를 사랑하지고 하고 승마에 대한 찬양을 늘어놓는다.

 

이게 무슨 말들이지? 너무 황당하다. 객관적 팩트 체크는 잘 되지 않고 주제의 일관성과 목표 의식도 떨어진다. 난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원했다. 예를 들어 청바지가 물 소비가 너무 많으니 베이지색 면바지나 슬랙스로 대체하자던지, 냉난방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 그렇지만 저자가 제시한 방법은 옷을 조금 사자고 하며 어차피 온난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단열이 되지 않는 집에서 살면 여름에 덜 답답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한다. 비행기는 탄소 배출이 많으니 자주 타지 말잔다.

 

요즘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아져 이를 중요하게 여기는 듯 포장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 일명 그린 워싱이다. 사업 전반도 그렇고 기술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이 전형적인 그린워싱이라 생각된다. 뭔가 옳은 말을 하지만 대안은 하나도 말해주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승마에 대한 찬양과 돼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쁜 와중에 정말 오랜만에 펼쳐 본 책인데 아쉽다.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