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 과학, 휴머니즘 그리고 진보를 말하다
사이언스 클래식 37 『지금 다시 계몽』
스티븐 핑커(지음) | 김한영(옮김) | 사이언스북스
스티븐 핑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하버드 대학 교수님, 트위터에서 최근 사진 자전거 타시는 모습에 정말 겅강하고 소박해 보였다^^ 현대의 가장 위대한 언어학자 중 한 분으로 손꼽히는 인지 과학자 핑커 교수님. 그의 수많은 저서 중 이번에 접하게 된 『지금 다시 계몽』 18세기 계몽주의를 다시 소환한 이유는 뭘까? 부족주의, 권위주의, 혐오가 난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티븐 핑커가 제시하는 긍정적인 해석은 생소하게 다가왔다.
우선 지금 우리 시대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기본은 18세기 계몽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전제하에 이 책을 접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계몽주의의 핵심 이념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방대한 분량의 계몽주의를 다시 읽을 수는 없었고 마침 병렬 중인 도서 중에 정통 계몽주의에 관한 책이 있어서 서로 대비되었다. 이성과 과학, 휴머니즘은 21세기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가! 스티븐 핑커는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그래프와 표를 제시했다. 표가 근거로 작동하는 이유는 시간순으로 측정 가능한 표가 꾸준히 향상되어 왔다면 그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나 우연이 아니라 인간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책의 초반에 스티븐 핑커가 계몽주의에 대해 깊이 있는 사유를 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 부분 눈에 띄었다. 수년 전 강의실에서 한 여학생의 질문이 그에게 일말의 자극을 주었다고 한다. 물론 그 질문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람은 왜 사나요?"라고 묻는 학생의 질문 이후로 계몽주의의 이념을 새롭게 묘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저자는 계몽사상가들의 수많은 연구 중에서 엔트로피, 진화, 정보라는 개념으로 인간의 조건을 접근해 보고자 했다. 인간의 본성을 결함투성이였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제도들이 나왔다. 이 모든 것을 계몽주의가 잉태하고 낳은 것일까? 계몽주의 이념을 통해 인간 본성을 파헤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스티븐 핑거라 말하는 '진보'의 개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과 조금 달랐다. 수명연장, 유아사망률의 감소, 불행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삶, 질병보다는 건강한 삶, 빈곤보다는 풍요를, 무지보다는 지식을, 독재보다는 자유민주를 추구하는 삶이 진정한 '진보'라고 규정짓는다. 이런 정의 내림마저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과연 이상, 과학, 휴머니즘, 진보에 반대할 수 있는 것은 누구인가? 계몽주의와 그 운동은 서양의 발명품이며, 다양성 가득한 세계에는 맞지 않을까? 4장의 진보 공포증 편이 가장 와닿았다. 지식인들은 진보를 싫어하고 진보의 결실만을 좋아한다는 문장, 뉴스 중독자들은 더 현명해지기는커녕 세상을 가늠하는 그들의 눈금자가 왜곡될 수 있다는 점을 정확히 짚었다고 본다. 저자는 생명, 건강, 식량을 진화론적인 엔트로피를 보여주면서 그 증거로 그래프를 제시했다. 이제 불평등을 만날 차례다. 책에서 17~18세기 계몽주의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평가하고 해석하고 설명하는 점 정말 참신하게 다가왔다.
놀라운 사실은 세계 모든 지역의 사람들이 점점 더 '리버럴' 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 같은 일부 지역에서 리버럴화는 세대 변화에서 추동력을 얻는 것처럼 보인다. 세대 변화는 아랍의 봄에서 분명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350
진보의 궁극적인 형태는 세계의 미적, 지적, 사회적, 문화적, 자연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이 뷔페처럼 차려져 있는 카페테리아에서 사람들이 접시에 무엇이든 마음껏 담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아닐가 한다 p381
지난 반세기 동안 현대찬 묵시록을 이끌었던 네 기사는 인구 과잉, 자원 고갈, 환경 오염, 핵전쟁 이었다. 과거, 이 네 기사를 감시라고 경종을 울려 줄 차수꾼은 낭만주의자와 러다이트였다. 하지만 고도로 발전한 기술 문명의 시대로 진입한 현재, 첨단 기술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이들은 대개 자신의 독창성을 발휘해서 세계가 멸망에 이를 다양한 경로를 찾아내는 과학자이거나 기술공학자이다. p444
과연 우리는 역사상 가장 안전한 시대에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이 아니라 불과 며칠 전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많은 민간인들이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른 채 희생당했다. 서유럽 사람들이 살인 사건보다 테러로 사망할 확률이 더 높다는 2015년 통계에 놀란다.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보의 카테고리 안에 있는 열일곱 개의 주제들 생명, 건강, 식량, 부, 불평등, 환경, 평화, 내전, 테러리즘, 평등권, 지식, 삶의 질. 행복 등은 과연 인류의 진전과 진보를 증명하는 일이 될 수 있을까? 혹자들의 말처럼 진보주의는 시간낭비이며 수십 년간 투쟁을 통해 이룬 것이 아무것도 없는걸까!
저자는 심지어 중동의 젊은 무슬림은 세계에서 가장 리버럴할 문화권인 서유럽의 젊은 층이 1960년대 초반에 보였던 것과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한다. 자유주의적인 국가일수록 범죄율이 낮다는 말에 동의하는데 중동 이야기는 글쎄. 삶은 시간으로 측정되므로 진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들이는 시간의 단축을 확인하는 것 정말 인상적이다. 인간은 끝없이 알고 싶어 했다. 지식을 발견하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물로 얻어진 이 사회, 이성과 과학 휴머니즘의 전제하에 더 나은 제도와 기술 개발이 진보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파시즘을 고취하는 데 일조했다며 니체를 비판했다. 그 근처를 대며 총, 균, 쇠를 잠시 언급했는데 니체를 좋아하는 내겐 이 부분도 충격이었다.
저자는 원인만 늘어놓지 않고 마지막 장에서 이성과 과학 올바른 휴머니즘을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진보와 계몽에 대해 이보다 더 독창적인 책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딱 한 단어를 꼽으라면 '참신하다'였다!! 다시 책의 서두로 가서 우리는 왜 살아야 하죠? 물은 소녀를 떠올려본다. 우리는 진지한 가능 주의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신화는 허구이지만 우리가 가진 최고의 지식,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단 하나의 진리에 비추어 틀림없는 사실이다. 저자의 확신에 당신도 긍정할 수 있는지 책을 통해 그 답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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