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만년 이전 인간의 역사를 탐구하는 구석기 고고학. 오로지 돌과 뼈밖에 남은 것이 없으니 연구의 주제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 한탄강 유역에서 발견된 주먹도끼에 의해 세계 고고학 역사가 새로 쓰여 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기는 하지만 우리같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그저 흔한 돌조각일 뿐. 박물관에서도 눈길을 받지 못하는 곳이다. 이 책은, 그런데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2백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배고픈 인간의 선조가 길을 가다가 죽어 있는 사슴의 시체를 발견했다고 하자. 과연 먹을 수 있었을까? 우선 단단한 사슴의 가죽을 뚫을 수 있는 손발톱이 없으니 어렵고 그 안의 살을 발라내 씹어 먹을 수 있는 치악력이 약해서 힘들었을 것이다. 결국 입맛을 다시며 그냥 지나칠 수 밖에. 바로 이때 길 옆에 있던 돌맹이 하나를 주워 날카로운 면으로 가죽을 찢고 살을 발라내 인간이 육식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인간 탄생의 역사이며 '도구의 인간'이 된 시초.
돌맹이 하나에 수십, 수백만년 인류의 경험과 역사가 담겨 있다. 구석기 고고학은 인간은 과연 어디에서 왔는지를 밝히는 철학적 학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