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간된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제목이나 소개가 상당히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결정되어서 책을 선택하는 독자를 곤혹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건데, 이 책도 <the Omnivorous Mind(생각하는 잡식동물)>이라는 원제를 <미각의 지배>라고 하는 바람에 마치 특정 음식에 대한 인간의 선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할 것 같지만 책의 내용은 전혀 다르다. (독서 클럽에서 회원들과 토론을 할 때도 이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신경문화인류학이라는 좋게 말해서 통섭적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이것저것 갖다붙힌 학문을 전공했다고 하는 저자의 경력은 책의 내용 또한 그러하리라는 예상을 하게 만들고, 책장을 덮으면서 요약에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음식과 두뇌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려고 했다는 것이 저자가 밝힌 저술 목적이지만, 좌뇌, 우뇌를 구분하는 정도의 상식을 가진 일반인에게 두뇌의 각 부분 명칭을 그림을 보여주면서 음식과 관련한 이론들을 설명한 내용들은 무슨 의미일까 싶다.
오히려 음식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접근을 기술한 부분은 그나마 읽을 만한다. 예를 들어 고도의 사고를 하기 위한 대용량 두뇌를 유지할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 불을 이용한 조리법을 개발했고 못먹는 음식이 없는 초잡식성 동물로 진화했다던지, 유명 레스토랑의 쉐프가 대부분 남자인 것은 레스토랑이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기 이전에 창의성과 리더쉽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정치적 공간이기 때문이라는 대목은 저자가 단순히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접근 방식을 구사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는 것을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