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 친부모와 친자녀로 이루어진 4인 가족의 형태가 정상가족일까? 그렇다면 이 '정상가족'의 개념은 누가 정했을까? 정상이라는 개념을 운운하며 왜 그 범주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무시하고 차별할까? 그리고 왜 가족주의라는 개념에 사로잡혀 개인의 의사를 묵인할까? 왜 아이들을 개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간주할까? 이 책을 읽으면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이 책 덕분에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게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책의 첫 챕터는 아동학대와 부모의 체벌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그 대목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훈육을 위해선 부모의 체벌이 어느정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렇게 생각했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모든 아동학대 사건이 그렇진 않지만, 아동학대의 가해자가 처음부터 아이를 의도적으로 학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체벌은 점차 강도가 심해지고 점점 더 폭력적인 형태를 띄게 되고 결국 아이가 사망하기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체벌은 훈육이 아니었다. 체벌은 또 다른 학대이며 폭력일 뿐이었다. 교육의 목적에서 행해지는 체벌은 실제로 교육적 효과는 전혀 없고 오히려 아이들에게 공포심만 자아낸다. 체벌은 금지되어야 한다. 체벌이 아동학대로 이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체벌금지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체벌하는 부모를 범죄자로 만들려는 게 아니다. 아이들을 그저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작은 인간'으로 인정하고 아이들도 모든 종류의 폭력에서 법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갖고 있음을 분명히 명시하기 위해서다. (책 54쪽) 체벌금지법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왜 국가가 감시해?", "내 자식인데 왜 국가가 나서?" 이러한 인식은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한다는 증거이다. 아이도 인간이고 권리를 가진 소중한 사람이지, 한 대상의 소유물이 아니다.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지금도 있을 것이다. 체벌이 허용되는 사회는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그저 사적인 영역이라고 가정의 일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의 개입이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약자들이 가족 안에 있기 때문이다." (책 57쪽) 돈만 많으면 대한민국에서 사는 모든 성인들에게 읽으라고 주고 싶다. 그만큼 성인이 읽어야 할 필독도서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 한 개인이고 인간이다. 더이상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함부로 다루지 말았으면 한다. 제발 아이의 개별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