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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도서] 당신을 이어 말한다

이길보라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당신을 이어 말한다>에서 청인과 농인에 대해 논한 부분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단이다. 내가 지금까지 청각장애인(농인)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고민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나도 농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근데 우리가 외국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 않은가. 그들은 결코 이상하고 특이한 존재가 아니다. 그냥 나와 다른 사람일 뿐이다. 그걸 왜 몰랐을까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환경이 없는 것 같다. 우린 항상 장애인을 '도와야'한다고 배웠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려움에 처하면 그들은 스스로 극복한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장애물에 걸려 힘들어하면 휠체어를 끌어줘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데 막상 장애인들은 모르는 사람의 도움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내가 길에서 힘들어할 때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다가오면 너무 놀랄 것 같다. 물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건 맞지만, 무조건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분열되는 사회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면 각박한 세상이 될 뿐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를 읽다보면, 내 잘못된 생각을 마주하게 된다.

장애에 대한 부분 말고도 임신중지에 대한 글도 나온다. 저자인 이길보라 감독님은 임신중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흔히 임신중지를 낙태라고 부른다. 근데 생각해보면 낙태는 아이의 입장에서 쓰는 단어이다. 사실 임신중지는 여자가 더 위험한 수술이다. 수술비도 비싸고 그동안 낙태죄로 처벌받아서 여성들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2020년 10월,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되 임신 14주까지는 허용한다는 입법안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SNS에 '#나는_낙태했다' 태그 운동이 파도를 일으켰다. 태그 운동으로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낙태 경험을 얘기했다. 나는 낙태가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성이 낙태를 결심하게 된 배경, 원인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이길보라 감독님도 사람들의 발화로 세로운 물결을 만들 수 있다면 계속 말하고 쓸 거라고 말했다. 세상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그 물결이 잔잔한 것 같지만 작은 물결이 모이고 모여 큰 파도를 이룬다. 몇 년 전만해도 범죄라고 생각했던 임신중지가 14주까지 허용되었고 장애에 대한 인식도 점차 확장되고 있다. 물론 아직 완전하지 않다. 하지만 잘못을 인지하고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이 세상은 평화롭게 바뀔 것이다.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배우려는 의지를 생기게 한다. 평화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지 못할 여러 주제를 책에 담아내어 논의해볼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 그렇지만 어렵지 않게 풀어내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감독님과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 그리고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는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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