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에 관한 대표적인 키워드를 하나 뽑아보자면 바로 '가성비'가 아닐까 싶다. 취업하기도 힘들고 남의 돈벌기도 힘든 와중에 번 내 금쪽같은 돈, 최소 그 값어치만큼, 아니 그 이상의 효용을 느끼길 바라는 건 당연지사겠다 싶다. 영화, 콘서트, 뮤지컬, 책 등의 문화컨텐츠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더 자극적인 소재, 현실(가끔 다리밑에서, 어디 산 속에서 시체토막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보다 더 극적인 영화나 책을 보아야, 아 영화 좀 봤다, 이 책 정말 재미지네 싶은 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극적인 소재의 책과 영화 등을 보다보니 가끔은 그냥 구수하니 담백한 책이 끌린다.
잘 데쳐낸 파릇파릇한 시금치나물 같은 맛이 나는 책 <망원동 브라더스>다. 푸릇푸릇한 채소같은 책이라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고,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도 아니다. 참기름에 깨소금에 알싸한 간마늘까지 넣어 언제든 환영받는 밑반찬처럼 참으로 맛있게 읽었다. 자극적인 것을 기대했을 사람들에겐 생각보다 밋밋해 '가성비'는 좀 떨어진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선 나도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이 기분이 좋아져 작가 이름을 한 번 되뇌어보았다. "김.호.연. 작가님? 문장이 참 야물딱지고 내용도 참 좋으네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는가 궁금해 인터넷서점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재미있었다는 평이 반, 나머지 반은 재미는 있지만 너무 밋밋했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이 소설엔 과거에 얼마나 찬란하게 잘 나갔는가에 상관없이 찌질한 루저 4명이 나온다. 만화가로 데뷔는 했지만 반백수인 오작가, 출판사 영업부 부장이었던 기러기 아빠 김부장, 과거 잘 나가는 만화스토리작가였지만 지금은 백수이자 이혼(당한)남 싸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금수자st. 삼척동자가 그들이다. 이렇게 일부러 모으려고 해도 모으지 못할 찌질한 인간상 콜렉션은 바로 오작이 세들어사는 망원동 8평짜리 옥탑방에 모였다. 그들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언젠가는 대박나리라, 언젠가는 사랑을 만나리라 자기만의 희망을 품고서 건강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나간다.
이들 주인공 외에도 성공하기 위해 술집(다른 남자를 이용한 질투심유발작전으로 시집 잘 가려는 루저인)언니와 요즘 N번방도 모르시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야동으로 한 밑천 벌어보려는 오작의 친구까지 어쩌면 4명의 주인공 루저들보다 더 찌질한 인생들도 곁들어져 나온다.
요즘은 자기 꿈을 꾸며 살기엔, 너무나도 빠듯한 세상이다. 이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와 반대로 지는 사람, 루저가 여기저기 넘쳐나는 세상이다. 가령 태어나보니 아버지가 삼선 국회의원, 태어나보니 할아버지가 남겨준 재산 많아도 너무 많아 등등 태어나면서부터 로또맞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은 질 수밖에 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말이다. 지더라도 살아가다보면, 지는 삶 속에서도 소소하고 건강하게 '정신 승리'하게 되는 법을 터득하게 될 거고, 결국은 그게 우리에게 허락되는 삶의 한계속에서 승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망원동 브라더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