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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앞의 생

[도서]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저/용경식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나는, 에밀아자르의 [자기앞의생]과 함께했던 약2틀하고도 반나절을 잊지 않겠다. [아비정전]에서 "아비"가했던 그말처럼, 나도 에밀아자르를 잊지 않겠다. 버려진 누군가의 생을 탓하지 않겠다. 몹쓰게 망가진 누군가의 육신과 생을 모욕하지 않겠다. 모모와 로저아주머니의 숭고한 사랑을 영원히 가슴속에 묻고 꺼내지 않겠다. 그것을 깊게 묻어 살로 만들고 뼈로 진화시켜내겠다. 올해에 만난, 이 소중하고 위대한 사랑을 나는 결코, 잊지 않겠다. [자기앞의생]의 작가는 에밀아자르다. 신기하고 혼란스러운 사실중의 하나는, 에밀아자르라는 이름의 필명을 쓴 실제작가는 로맹가리였다는 사실이다. [새들은페루에가서죽다]등의 소설을 집필했던 로맹가리가 1980년 권총으로 자살했을 당시 남긴 유서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는 여전히 로맹가리와 에밀아자르라는 작가가 동일한 인물인줄 모른채, 한사람의 작품을 다른 시각과 방법으로 풀이하고 평가했을것이다. 이것은, 기막힌 비극이이다. 공쿠르상을 유일하게 두번이나 수상한 천재작가가 스스로 만들어낸 이 이상한 비극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써낸 위대한 소설 [자기앞의생]의 주인공 모모처럼 작가는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 책의 뒷부분에 실린 "에밀아자르의 삶과죽음"에서 작가는 스스로 이렇게 말한다. -[열렬한포옹]을 완전히 끝낸뒤, 나는 출판사에도 알리지 않고 가명으로 발표할 결심을 했다. 명성, 내작품의 평가기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내 얼굴, 그리고 책의 본질사이에는 모순이 많다는 것을 느껴왔기 때문이다.-) 작가의 의도대로 에밀아자르가 로맹가리였다는 사실을 알고있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비밀을 끝내 함구해줬고, 결국 에밀아자르는 공쿠르상 두번수상이라는 이례없는 기염을 토해내는 업적을 이룩한다. [자기앞의생]은 버려진아이들을 키우는 전직 창녀 로저아줌마와 그녀에게 길러진 아이 모모의 이야기이다. 우화처럼 재치있는 모모의 대사와 뛰어난 독백은,시종일관 지루함없이 유려한 이음새를 자랑해서 매장이 넘어가는 순간마다 숨을 차게 만드는 말못할 순간의 고통을 읽는이에게 고스란히 전해낸다. 이소설은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비극을 그려내고 있다. 버려진 아이 모모가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친부가 죽는 장면을 목격하는 장면이나, 죽어가는 거구의 늙은 여인을 죽는 순간까지 돌보는 장면등은 도무지 언어로는 형용할수 없는 감동의 파장을 끝없이 그려낸다. "자기앞의생"의 각자의 고통을 짊어지고 성장하고, 늙어가고, 죽어가는 이들의 삶을 그려내는 작품의 주제의식이 간단한 문장이나 단락으로 정의되어 지지 않는 이유가, "숭고한 사랑의 가치"와 그 맥락이 닿아있다는 사실때문에, 여전히 나의 가슴은 고통스럽게 저며진다. 늙고 병든 육신밖에 가진것없는 여자와 열네살 소년의 사랑이 그려내는 이 숭고하고 고결한 사랑의 위대함에 당신은, 이소설앞에서 절규하게 될것이며, 도무지 한장한장을 쉽게 넘겨내지 못할것이다. 세상끝에서조차 보호받지 못한 "버려진 사람들", 모모와 로저아주머니가 죽지 못하고 살아가야만 하는이유, 혹은 살아지는 이유가, 인간에 대한 지독한 "사랑"때문이라는 사실은 이소설안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빅토르위고의 소설보다 위대하다. 작가는 모모의 나래이션을 통해 주제의식을 전달하는 "화법"을 선택한다. 마치 제롬데이비드의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주인공 모모는 우리가 일컫는 "착한아이"의 범주와는 무관한 다른 영역을 침투하는 아이다. 그것은 물론, 어른의세계다. 모모가 성장해야만 하는이유와 로저아줌마를 지켜야 하는 이유등을 역설하는 장면들은 재미있는 우화와 소름끼치는 비극의 매우, 신비한 조화를 이뤄낸다. 그렇게 밖에 살수없다면, 도저히 어찌할수 없다면, 사방이 완전히 막혀버린 세계안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지금보다 단한발자국이라도 나아갈수 있다면, "노력"하겠다고 결심하는 모모의 삶이 독자에게 던지는 여운은 수년간 잊혀지지 않을 잔상을 그려낸다. 모모의 삶은 희극영화의 스틸장면을 연상케 하지만, 모모의 우스꽝스럽고 기이한 생활방식, 어른보다 더욱 어른스러운 배려와 사고방식은 고된 삶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뛰어넘어보려는 겨우! 열네살짜리 소년의 "최선"처럼 느껴져 책을 읽는 내내 심한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세상사람 어느누구도 나라는 존재에 관심가져주지 않는다면, 가까운 이들조차 날 사랑해주기는 커녕 봐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생명을 이어나가야 하는가? 라는 소설의 질문에 나는 대답대신 고통의 눈물을 밤새 쏟아냈다. 아무리 울어도 그쳐지지 않는 슬픔. 문득문득 느껴지는 허망한 외로움. 언제나 정지되어 있을것만 같은 변화없는 삶. 사랑할수 없을것처럼 무뎌진 오래된 심장. 죽은 시신옆에서 3주동안이나 곁을 지켜낸 모모를 바라보며 아무 할말을 잃고 그냥 울었다. 루이제린져의 <생의한가운데>가 그러하듯, 에밀아자르의 [자기앞의 생]은 나를 성장시킨 위대한 소설이다. 무뎌진 심장에 생명의 물을 흘려내려주오. 사랑을 가르쳐주오. 편견없는 삶을 살게 해주오. 마지막으로, 내앞의 생을, 모모보다 더 사랑하게 해주오. 세상을 떠나버린 에밀아자르의 영혼의 귀에 한없이, 오랫동안 속삭이고 있었다. 그렇게, 새벽2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인상깊은구절]
믿기 어렵겠지만, 정말로 그녀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네가 내 곁을 떠날까봐 겁이 났단다. 모모야, 그래서 네 나이를 좀 줄였어. 너는 언제나 내 귀여운 아이였단다. 다른 애는 그렇게 사랑해본적이 없어,. 그런데 네 나이를 세어보니 겁이 났어. 네가 너무 빨리 큰애가 되는게 싫었던 거야. 미안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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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씽유

    앗,,,네이버블로그에서 뵜어요..
    스윗도넛님 아니신가요?
    제가 이웃신청도 최근에 했었는데...
    여기에서 뵈는 참 반가운....저만 그렇겠죠...헤헤..
    요즘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서 님의 도서도 검색해 봤었는데....

    2012.02.20 21:02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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