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생명체는 (가끔은 무생물마저도) 사랑으로 잉태된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동물도 그러하며 식물이라고 다를까. 물론 인간이 말하는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그저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종족보존의 본능이 더 크게 작용하겠지만, 우리 인간은 그것마저도 사랑이라 포장해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투영하면서 인간 외의 지상 생물들에게는 전혀 스스로를 투영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슬프게도 수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잡초’ 역시 그러한 사례다. 인간은 지구 상에 가장 많은 종도 아니며, 가장 힘이 센 종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구에 이롭지도 않은 종이지만, 인간 외의 것들은 오로지 ‘인간을 위한’ 기준에서 제단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생경하다.
민들레, 망초, 돼지풀... 여덟 가지 식물들이 역사와 인간과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우리가 그동안 무관심했고 알지 못했던 사실과 함께 다시 한 번 인간이라는 존재의 미약함을, 그리고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게 해준다.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작가 역시 잡초에 대한 기준은 결국 지금 당장 그 식물의 앞에 서 있는 인간이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민들레 꽃을 보고 이쁘다며 쓰다듬을 사람이 있는가하면, 가차없이 뽑아내면서 혹시나 씨앗이 날릴까 만전을 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그렇게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인간은 나름대로 작물의 제배기술과 자연 통제, 농업 발전을 이뤄냈고, 잡초는 나름대로 제거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비웃듯 진화, 변화하며 생존해냈음을 알려준다. 왜 잡초는 지금까지 인간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살아남았고, 인간의 사랑을 받는 작물들이 죽어나가는 환경에서도 푸르르게 생존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잡초에게는 작물에는 없던 자유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인간의 사랑과 관리를 받아 인간의 효용에만 치중하게 개량된 작물들보다, 인간의 미움 속에 핍박은 받았지만, 미래에 대한 어떤 제약도 없었던 잡초들.
갑작스럽지만, 화초보다는 잡초같은 삶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