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을 사게 된 건 순전히 "아버님 말씀"이라는 시 때문이었다. 안도현 시인이 이 시를 일컬먼 훗날, 지나간 1970년대와 1980년대가 어떤 연대였느냐고 누군가 묻거든 이 시를 꺼내 보여주자.어" 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게 이 시는 지나간, 너무나 절실하고 힘들었지만 지금은 퇴색해버린 시간들에 대한 시이다.
책 대신 돌을 들고 피흘리며 싸우는 아들에게 "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라고 말하는 아버지의 부정은 아름답다. 이제는 "대놓고 비웃"음을 당하고 아무도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늙고 힘없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하는 말은 가슴을 뛰게 한다. 이런 것이 시의 힘인가 보다.
[인상깊은구절] 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들지 말고
미운 놈 미워할 줄 알고
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 마라
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
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
아직도 돌을 들고
피흘리는 내 아들아
- "아버님 말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