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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부엌

Bye, 부엌

달그락달그락. 잡곡 넣은 밥솥은 칙칙칙 아침부터 열심이다. 열 일하는 아침 부엌은 모든 것들이 활기차다. 도마도 바쁘고 냄비도 정신없다. 된장국이 끓여지고, 나물이 무쳐지니 아침 밥상 완성이다. 그릇 부딪히는 소리에 깜작놀란 어둠은 어느새 저멀리 도망간다. 건물사이로 태양은 불쑥 나탄난다. 코로나 전에는 이랬다. 아침 부엌 출근은 하루를 근사하게 시작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코로나는 부엌도 왜곡시켰다. 점심 밥상을 마주하면 가끔은 밥상을 엎고 싶다. 내 인생이 같이 엎어질까봐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밥하고 밥먹고, 밥하고 밥먹고, 밥하고 밥먹는다. 믿기 어렵지만 하루 일과이다. 코로나는 그렇게 나를 부엌으로 밀었다. 저항할 틈도 없이 갇히고 말았다. 아침 저녁으로 일정시간 부엌에 머물러야 이 평범한 하루가 연결된다. 감초같은 외식도 코로나 앞에선 꼼짝마라이다. 남의 밥먹기가 어렇게 어려울 줄이야.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니 이젠  Bye, 부엌하고 싶었다.  "Bye, 부엌"은 일을 다 마치고 부엌을 나설 때 내 스스로에게 하는 인사이다. 부엌일을 다 마쳤다고 내 스스로에게 보고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 가지 일을 끝냈으니 빨리 다음 일로 넘어가자는 응원이기도 하다. 아침 저녁으로 바이 부엌한다. 요리를 잘 못하니 부엌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을것이라는 반성도 해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코로나전에는 부엌일에 대해 큰 불만이 없었다. 자고 일어나면 엄마는 항상 부엌에 있다는 아이의 말은 나를 돌아보게 했다. 엄마도 부엌에만 있지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랜다. 가슴 한 켠이 저려온다. 김밥으로 아침 밥상이 차려졌을 땐 깜작 놀랐다고도 했다. 어떻게 이른 아침에 김밥이 만들어졌을까 싶었단다. 아이의 말에 엄마의 자리는 그런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김밥은 엄마의 꿈들이 돌돌 말린거라고. 아이들이 엄마의 자리를  강요한것은 아니다. 나의 꿈은 현모양처였다. 현모양처가 최고의 삶이라 자부했다. 내 발등  내가 찍었다. 유교 문화가 그렇게 세뇌시켰다지만 핑계일께다. 아이들이 엄마의 생각대로 살라고 헸을때도 남편의 그늘이 편하고 좋다고 했으니 말이다. 집안 일을 동등하게 하기까지는 다른 사람들의 많은 노력들이 있었을텐데 난 그저 남편 그늘 타령만 했다.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목소리를 높여 담장 밖을 넘어가면 기존 질서에는 커다란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밥을 한다고 무엇이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가끔은 돌 던지고 싶다. 

 잘 되면 내 탓 잘 못되면 조상 탓이라고 했던가. 때로는 정말로 부엌과 바이하고 싶다. 밥 세 끼를 먹게한 생체리듬도 원망스럽다. 음식은 정성이고 손 맛이라는 이유로 부엌에 매몰되는것도 못마땅하다. 개인이 가진 에너지를 다른 방향으로 더 효율적을 쓸 수도 있을 텐데 원하지않는 사람에게 부엌일을 세뇌시키는 것 같다. 밥 당번은 언제부터 정해졌을까? 우리 세대에는 아내라는 이유로, 엄마이기에 자연스레 주어진 자리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젊은 부부들은 집안일을 동등하게 나누기도 한다. 시대가 변해 반조리 식품도 다양하고 배달 음식도 있다. 각자 자기의 밥은 자기가 챙겨먹을 수 있는 시대다. 가끔씩 선심쓰듯 하는것이 아니고 내밥은 내가 알아서 먹기가 고착화 되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요리로 식탁을 차리고, 식사 당번이 돌아가면서 있었으면 좋겠다. 5분대기조처럼 여차하면 투입되어야하는 인력이 아니고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엌은 가족 건강, 가족 화합의 시발점이니 무의미하지는 않다. 좀 더 효율적이기를 바랄뿐이다. 누군가의 꿈을 갈아넣고야 마는 세 끼 밥상이 아니라 자발적 선택말이다. 내 밥은 내가 만들어먹고 때로는 근사한 요리솜씨 뽐내어 식구 친지들 대접하는 그런 화합의 장이길 바랄뿐이다.

 가족 건강을 위해 좋은 식재료를 찾고 건강한 요리법들을 탐구하지만 엄마도 꿈이 있다. 아내도 하고싶은 일이 많다.  막무가내인 밥 세끼가 꿈을 화석으로 만들어간다. 가끔은 부엌에서 분노한다.  코로나는 부엌도 할퀴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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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요즘은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서 가사를 분담해서 하더라구요. 저도 맞벌이 부부라 가사 일을 도와주고 있는 편이구요. 꼭 맞벌이가 아니더라도 예전처럼 부엌이 꼭 아내의 전담 공간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제 코로나도 종식되어가니 코로나 이전의 부엌으로 되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책구경님!

    2023.03.12 16:44 댓글쓰기
    • 책구경

      부엌 전담반은 저희 세대가 끝인듯요~책방님 세대쯤 태어났음 저도 불만 없었을텐데 말이죠~ ㅎ

      2023.03.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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