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 나왔던 이야기가 최재천교수님의 책에 자세히 수록되어있어 반가운 마음에 옮겨본다.
미국 애리조나 주 그랜드캐니언 주변의 고원지대는 카이밥국유림으로 둘러싸여 있다.
1906년 사냥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던 당시 그곳에는 약 4,000마리의 사슴들이 살고 있었다.
그 후 25년 동안 사슴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늑대.코요테,퓨마,스라소니등의 포식동물이 무려 6000
마리나 제거되엇다. 포식동물 제거작업 초창기에는 예상대로 사슴개체군의 크기가 빠르게 증가하여
1923년에는 그 수가 6만~7만마리에 이르렀다.
하지만 갑자기 수가 늘며 점점 더 치열한 먹이 경쟁을 하게된 사슴들은 1918년부터 식물의 어린싹까지
먹어 치우더니 1931년에는 그 수가 2만 마리,그리고 1939년에는 겨우 1만 마리로 줄어들었다.
33년간의 잔인한 살생 끝에 사슴의 수는 1906년 원래 숫자에 그 당시 포식동물의 수를 합한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포식동물들은 사슴 개체군으로 하여금 환경의 수용 한계 이상으로 증가할 수 없도록
조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뼈아픈 경험을 통해 우리는 크고 포악한 포식동물들도 자연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인식이 곧바로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듯싶다. 1999년에도 미국 야생동물관리국은
코요테 8만5천마리 ,여우 6200마리, 퓨마 359마리, 늑대 173마리를 관리와 조절이라는 이름하에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가축의 사인중 포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1%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질병,
악천후,굶주림,탈수,사산 등에 의한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야생동관리국에 의한 포식동물 제거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육지에서 늑대와 호랑이 등이 이른바 '신의 괴물'로 낙인 직혀 사라지고 있다면 바다에서는
상어가 같은 꼴을 당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 무분별한 어획으로 인해 전 세계 상어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경고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 근해에 백상아리,청상아리,귀상어등 대형 상어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녀와 피서객의 안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출몰하는 족족 잡아
죽이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모르는 어리석은 짓이다.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