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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8년의 마지막 달이 되었습니다.

12월이 시작된지도 6일이나 지나버렸네요.

11월에 읽은 책 중 저에게 의미를 던져준 책을 모아봅니다.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책,  제 생각을 바꾸고, 저에게 변화를 일깨워준 책을 소개합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직접 써내려간 인생 회고록

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공저/공경희 역
소소의책 | 2018년 10월

 

 

치매라는 질병을 직접 겪는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나 자신과 주변 사람, 특히 치매에 걸린 사람의 생각에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한꺼번에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약해지고 무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 어떨지, 아주 조금은 알 듯하다. 그때가 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혹시나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할 문제들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미리 만나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암에 걸렸다면 선택지가 더 많겠지만- 단순히 치료 거부만으로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 치매를 앓으니 뇌가 버티는 한 고통이 계속된다. 난 무력하다. 무력해서 원하는 삶을 못 사니, 통제력을 최대한 발휘해도 지는 싸움을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 정말 그렇다. 그런데 무력해서 죽지도 못한다. 스위스에 가고 싶다. 그런데 두 딸이 저희끼리 돌아와야 되니 그럴 수가 없다. 영국에서 자살을 돕는 게 합법이라면, 내 안락사를 도운 후 딸들이 곤경에 처하지 않는다면 난 맨 먼저 그러고 싶다. 유일한 문제는 시기일 텐데, 지금 생사의 중간 지대에서 산다. 계속 살아 점점 절벽 끝에 다가서는 나 자신을 보고 싶을까? 이만하면 충분히 멀리 왔다고 말할 때가 언제일까? 확실히 알 때는 - 절벽 끝이 코앞이라서 아래 허공이 보일 때 - 너무 늦어서 그 말을 못할까? (300쪽)

우리는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거치며, 예전의 모습이 유지되지는 않는 삶을 살아간다. 지긋지긋하던 과거를 결국 미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웬디 미첼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얘들아, 너희가 방에 들어왔는데 내가 못 알아보는 날이 올 거야. 그렇게 되더라도 너희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아줘."라는 띠지 말의 깊이와 감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마음의 대비를 해놓아야 할 질병인 치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쉬나 아이엔가의 자전적 심리 에세이

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쉬나 아이엔가 저/오혜경 역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프롤로그만 보아도 몰입해서 읽게 된다.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삶이어도 그 안에서 선택을 하고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 과연 그 안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나가게 될 것인가. 저자는 '삶이 종잡을 수 없는 괴로운 사건으로만 이루어진다고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좋든 나쁘든, 대체로 예상치 못했던 길을 따라 나아가는 것. 그게 바로 인생인 듯싶다. (10쪽)'라고 말하며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그 다음의 이야기에 당연스레 궁금증이 생기며 계속 읽어나간다.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폭풍처럼 강하게 다가온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 시크교도라는 생소한 종교, 게다가 이민자라는 경계성 자아… 그의 삶에서 일어난 일 자체가 극한 상황이라 거기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살아나가는지 지켜본다. 책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선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선택은 우리가 삶을 만들어나가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선택하는 주체이며, 또한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 더 현명한 선택을 하도록 과학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선택의 핵심은 여전히 하나의 예술이다. 선택으로부터 최대한의 것을 얻어내려면 불확실성과 모순을 감수해야 한다. 모든 사람의 눈에는 선택이 똑같아 보이지 않으며, 모든 사람이 그 목적에 동의할 수도 없다. 선택이 우리를 끌어당길 때도 있지만, 밀어낼 때도 있다. 우리는 철저하게 살피지 않고 선택을 한다. 그래서 그에 대해 무엇인가를 발견할수록 더 많은 것이 여전히 숨겨져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절대 선택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다. 바로 거기에 선택의 힘과 신비, 그리고 그 독특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409쪽)

 

 

"극한의 상황에서도 우리는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내가 빛을 선택했듯이." (책 뒷표지 中)

 

살면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 앞에서 고민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어떤 상황이 되었든 선택이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만약 내가 볼 수 있다면 선택이 쉬웠을까?' 라는 질문 앞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어쩌면 삶의 무게가 버거워질 때 어깨에 얹어놓은 돌덩이 하나쯤은 스스로 내려놓을 수 있도록 나 자신의 마음가짐을 달리하게 만들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수박 겉핥기가 아니라 수박 속으로 강하게 파고드는 느낌을 주는 심리학 서적이라 일독을 권한다.
 

 


 

[언어의 줄다리기]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 톺아보기 

 

언어의 줄다리기

신지영 저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무심코 쓰는 단어에서 엄청난 차별적 표현이 있었다면. 이 책은 그런 것들을 짚어준다. 일단 표지의 글만 보아도 왜 이책을 읽으며 더 깊이 생각해보아야하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이라는 단어에는 '국민을 주권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이데올로기가 숨어 있다. '아직 죽지 않은 죄인'이라는 뜻의 '미망인'이나 '부족한 사람이 된 부인' 쯤으로 해석되는 '과부' 역시 극단적으로 여성을 폄훼하는 모멸적인 언어다. 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차별과 비민주적인 표현'은 도처에 널려 있다. (표지 中)

적어도 나부터라도 이데올로기 표현이 숨어있는 단어를 쓰는 것을 자제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언어의 줄다리기』를 펼쳐들었다.

 

언어는 대개 그 사회의 현재 권력을 유지토록 설계된다. 언어를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를 둘러싼 권력관계를 재조정할 수 없는 이유이다. 우리말 속의 권력구조를 찾아내는 이 책의 가치는 결코 가볍지 않다.

_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 교수)

 

쓰레기 분리수거, 장애인, 미혼과 기혼, 여교사, 청년 등등 현실에서도 언어 표현들이 충돌하며 벌이는 다양한 줄다리기 경기를 관전하고 보니, 우리의 언어생활에 들어있는 이데올로기의 힘을 보게 된다. 언어를 언어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관점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 사회와 그 안에서 권력과 차별을 살펴보게 된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해왔던 표현들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하고 이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게 된다. 그런 생각들이 싹트고 모이기 시작할 때 우리 사회는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펼쳐들면 기대 이상의 책이 될 것이니, 이 책을 읽으며 언어 속 숨은 이데올로기를 톺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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