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재활치료사가 알려주는 기적의 걷기 수업
이 책의 저자는 다나카 나오키. JCHO 도쿄 신주쿠 메디컬 센터의 재활치료사이자 세계 수영 선수권대회 일본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활약했다. 국가대표 선수는 물론 일반인까지 치료하는 이학의료사다. 수십 곳의 병원을 전전해도 딱히 이상 증세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치료법을 찾지 못해 병을 키워온 수많은 환자를 통증 없는 삶으로 복귀하도록 도왔다. 특히 수술 없이 자세와 걸음걸이 교정, 근력 트레이닝만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병을 완치하는 그만의 비법이 일본 전역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었다. 조금만 걸어도 금방 지치고 피곤한 현대인들에게 걷기의 놀라운 효과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요법 전문가로서 나는 재활치료 과정을 충실히 거치면서 근육을 단련해 다시 걷게 된 사람을 수없이 보아왔다. 누구나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기 발로 걸어 다닐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생활에서 근육과 관절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잘 걷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근육을 단련할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그 방법을 안내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6쪽_시작하며 中)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가 재활치료사가 집필한 책이라는 점이었는데, 눈에 쏙쏙 들어오는 설명에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일반인이 읽기에 손색없는 책이다. 특히 각종 트레이닝 방법을 그림과 설명을 통해 일러주어서, 꾸준히 생활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 한다.
이 책은 무작정 이러이러한 운동을 하면 무엇무엇이 좋아진다,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왜 필요한지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곤조곤 알아듣기 쉽게 설득해주어서 하고 싶게 만든다. 또한 어디서나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들이어서 부모님이나 주변 어르신들께도 알려드리기에 더없이 좋을 것이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가 되었지만, 거동도 못하고 수명만 늘어난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100세가 넘어도 내 힘으로 걷고 건강하게 지내다가 명이 다 하면 세상을 마감하는 것이 누구나 바라는 마지막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간단한 방법으로 자세와 걸음걸이를 교정하며 근력 트레이닝을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수천 명의 환자를 일으킨 재활치료사의 기적의 걷기수업을 건강한 노년을 위해 필독서로 추천한다.
[내성적인 여행자] 정여울 작가의 여행 이야기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한장한장 넘기는 손맛을 느끼게 되고, 글을 통해 저자의 감성을 전달받으며 여행을 꿈꾸는 시간을 보내게 되는 책이다.
이제 여행 중독자가 되어버린 나에게 만약 유럽 여행 초보자가 "딱 한 도시만 골라 여행할 수 있다면, 어떤 도시를 추천해주시겠어요?"라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피렌체를 권하고 싶다. 걸어다니는 속도로 여행을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가르쳐준 도시, 몇 번이나 샅샅이 구석구석을 돌았건만 '그래도 그때 놓친 것이 있구나!' 싶어 또 가고 싶어진 도시가 바로 피렌체였기 때문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고 오직 걷기만으로도 도시 곳곳을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잇는 피렌체는 골목마다 색다른 풍경을 펼쳐놓아 지루할 틈이 없다. 피렌체는 소도시의 매력과 대도시의 매력을 동시에 갖춘 희귀한 도시다. 크기로 치면 소도시이지만, 사통팔달한 교통과 휘황찬란한 볼거리, 다양한 문화적 체험, 여행자의 지적인 욕구와 예술적인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켜준다는 점에서 그 어떤 대도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07쪽)
계획과 충동이 뒤섞인 여행을 좋아한다니, 책을 읽으며 내 여행과의 교집합을 찾는다. 눈으로 보이는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를 유혹하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귀로 듣기에 더욱 달콤한 장소가 있다… 글을 읽으며 나의 옛 여행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다음에 여행을 간다면 어떤 곳에 갈지, 오래전 가본 곳이지만 기억에서 희미해진 곳도 떠올린다.
그때 느낀 그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완벽한 언어를 찾지 못한다. 하지만 그 망설임과 궁리 속에서 매번 조금씩 이전과 다른 나를 향해 1밀리미터씩 아주 느리게 바뀌어가는 나를 발견한다. 남들에겐 보이지 않아도 나만이 느낄 수 잇는 미세한 진동과 균열이 어쩌면 '진정한 나에 가까운 그 무엇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떠날 때 나는 비로소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진짜 나 자신이 된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릴 때까지 걷고, 달리는 야간열차 속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눈꺼풀이 지구만큼 무거워질 때가지 글을 쓰고, 꿈속에서도 아름다운 문장을 찾아 헤맨다. 그럴 때 나는 가장 나다워진다. 누가 통과 의례를 '성인식'이라고 했던가. 나는 여행을 떠날 때마다 지독한 마음의 통과 의례를 치르고, 그때마다 조금씩 오히려 어려지고, 철없어지고, 해맑아진다. 그 새로 태어남이 좋다. 그 나다워짐이 좋다. (204쪽)
가본 곳은 그곳의 풍광을 기억하고 있지만 저자만의 감성으로 되살리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가보지 않은 곳은 글을 통해 새롭게 마음에 담아본다. 여행 책자를 읽는다는 것은 책을 쓴 사람의 감성을 들춰보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의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하고 여행을 바라보는 눈을 보며 시야를 넓혀본다. 나는 미처 표현하지 못한 내 마음을 저자의 목소리에서 들을 때, 비로소 이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을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언젠가는 꼭 가고 싶은 여행지 리스트'에 몇몇 곳을 추가한다. 당장 여행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누구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두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부탁한다. 열린 마음을 갖고 읽으시되,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한다고. 죽음을 두렵게만 여기고 터부시 하던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르게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본다.
삶의 종말 체험들은 인종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관찰되는 현상이다. 죽음이 인간에게 일어나는 공통적인 일이므로 이러한 현상이 동서고금을 통해 관찰됐다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근사체험과 더불어 삶의 종말체험은 죽음이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인간이 그저 육체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보다 더 높고 큰 차원의 영적인 존재임을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생물학과 지질학을 전공한 과학자이자 신학자인 프랑스의 테야르 드 샤르댕 신부(1881-1955)의 말을 전한다.
"우리는 영적인 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 체험을 하고 있는 영적인 존재이다." (123쪽)
이 책을 읽으며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어떤 것들을 준비해둘지 파악해둔다. 사후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신경써야할 것들을 그 사람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나둘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며 생각해둔다. 저자가 자신의 장례식에 대한 준비를 구체적으로 논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을 위해 틀 음악을 선정하여 USB에 담아놓는 일은 이미 4년 전에 시작하였는데 수록된 음악이 현재 200곡이 넘었다고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죽음을 생각하면 삶이 좀더 애틋하고 소중해지기에 현재를 값지게 살아갈 수 있다. 더욱 소중하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장기기증서약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유언장 등을 미리 작성해놓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사람들이 죽음학 강의를 들었고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죽음학이다.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 올 것이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기에, 이 책을 꼭 읽을 것을 권한다. 너무 무겁지 않게, 너무 가볍지도 않게, 죽음을 생각해보자.
[내가 알던 그 사람]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직접 써내려간 인생 회고록
치매라는 질병을 직접 겪는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나 자신과 주변 사람, 특히 치매에 걸린 사람의 생각에 한 걸음 다가가는 느낌으로 이 책을 읽어나간다. 한꺼번에 기억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점점 약해지고 무력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 어떨지, 아주 조금은 알 듯하다. 그때가 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혹시나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할 문제들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미리 만나보며 생각에 잠기는 시간을 갖는다.
암에 걸렸다면 선택지가 더 많겠지만- 단순히 치료 거부만으로도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 치매를 앓으니 뇌가 버티는 한 고통이 계속된다. 난 무력하다. 무력해서 원하는 삶을 못 사니, 통제력을 최대한 발휘해도 지는 싸움을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 정말 그렇다. 그런데 무력해서 죽지도 못한다. 스위스에 가고 싶다. 그런데 두 딸이 저희끼리 돌아와야 되니 그럴 수가 없다. 영국에서 자살을 돕는 게 합법이라면, 내 안락사를 도운 후 딸들이 곤경에 처하지 않는다면 난 맨 먼저 그러고 싶다. 유일한 문제는 시기일 텐데, 지금 생사의 중간 지대에서 산다. 계속 살아 점점 절벽 끝에 다가서는 나 자신을 보고 싶을까? 이만하면 충분히 멀리 왔다고 말할 때가 언제일까? 확실히 알 때는 - 절벽 끝이 코앞이라서 아래 허공이 보일 때 - 너무 늦어서 그 말을 못할까? (300쪽)
우리는 누구나 노화의 과정을 거치며, 예전의 모습이 유지되지는 않는 삶을 살아간다. 지긋지긋하던 과거를 결국 미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 중간중간에 웬디 미첼이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얘들아, 너희가 방에 들어왔는데 내가 못 알아보는 날이 올 거야. 그렇게 되더라도 너희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잊지 말아줘."라는 띠지 말의 깊이와 감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긴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고 마음의 대비를 해놓아야 할 질병인 치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기에 일독을 권한다.
[다산의 마지막 공부] 천년의 고전, 심경
퇴계가 평생 새벽마다 탐독했던 책
다산이 생의 마지막에 붙들었던 책
지적 거인들이 마지막에 도달한 천년의 고전,《심경 心經》
이런 책이 있었구나, 그런 책이라면 나도 접해보고 싶다… 온갖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떨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니 책날개에도 눈길을 끄는 문장을 발견한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마음을 삶에서 버려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으로만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나답게 살기 위해서는 마지막까지 마음을 지켜내야 합니다." (책날개 中)
제목을 보며 살짝 호기심이 생겼는데, 책설명만 보아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책이라면 당연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책《다산의 마지막 공부》를 읽게 되었다.
"다산이 마주했던 마지막 삶의 주제, 바로 마음이다."라는 도입부를 보며 이 책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한다. 왜 읽어야할지, 어떤 면에서 읽고 싶은지, 목표 의식이 분명해진다. 욕심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되 물들거나 흔들리지는 마라, '원래 그런 사람'은 없다, 내 마음이 삐뚤어지면 세상도 어그러진다 등 책을 읽어나가다가 마음을 쿵 울리는 문장을 만나게 된다. 조금씩, 마음에 새겨가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왜 저자가 동양 고전을 읽으면서 문리가 트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는지 어렴풋이 알 듯도 하다. 부록에는 심경 전문이 담겨있으니 틈틈이 읽으며 마음에 담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