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만 한지 한참 지났다. 어디에서 어떻게 데려올지도 모르겠고, 가끔은 내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데 고양이까지 모시려면 내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디서 아기고양이 업둥이 한 마리 문앞에 놓여있다면, 난 데려다가 키울 것도 같다. 이런저런 상상은 그저 상상일 뿐, 그냥 가끔 이렇게 책이나 동영상 등의 매체를 통해 고양이를 만나는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이 책은 사쿠마 가오루 만화 『고양이 일기』이다. 표지의 고양이들이 행복해보인다. '해피북스투유'라는 출판사 이름도 눈에 들어오며 겸사겸사 행복해진다. 고양이는 직접 보는 것 말고도 그림이나 사진만으로도 충분히 몽글몽글 행복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렇게 이번에는 이 책을 읽으며 고양이를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은 서점에서 일하며 만화를 그리는 사쿠마 가오루의 실제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양이 일기' 만화이다. 실제로 키우는 고양이들의 사진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현실감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땐 이미 우리가 키우겠다고 결정한 상태였지만
새 생명을 책임지는 일에 우리는 두근거리고 있었어요. (13쪽)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바로 '새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니 말이다.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할 것이다. 아기고양이는 챠마루라는 이름으로 이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역시 고양이를 키우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이 만화를 보다보니 신경 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기고양이 돌보기는 힘들지만 힘든 만큼 행복한 것도 알겠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만화로 표현하니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역시 이별은 넘 슬프다. 생각해보니 그 이유 때문에 고양이 키우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고양이를 좋아했습니다.
이전에는 밖에서 고양이를 보면 마냥 좋았는데, 요즘은 밥은 잘 먹는지 걱정이 됩니다.
자력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아기고양이나 병에 걸린 고양이를 봐도 다 키우기는 어렵지만,
이번엔 '아슬아슬하게 허용 가능한 범위일까?'라고 생각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양이 수가 두 배로…
즐겁고도 힘들어서 여러모로 많이 배웠습니다. (후기 중에서)
이 느낌 뭔지 알 것 같다. 그 힘든 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나는 그냥 이렇게 고양이를 그림과 사진으로 보며, 만화를 통해 만나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두 마리 고양이를 모시고 사는 서점 직원 집사부부가 들려주는 고양이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