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북저널리즘 『지구에 대한 의무』 2권이다. 환경 파괴와 위기에 대해서는 익히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현실이다. 그래도 이렇게 책을 통해 재인식하고 경각심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우리가 놓쳤던 재난의 징후들
예고되지 않은 재난은 없다. 오늘의 전 지구적 환경 파괴도 마찬가지다. 유례없는 기상 이변과 급증하는 멸종 위기종은 이 행성이 전부터 암시했던 위기다. 우리의 다음 의무는 또 다른 재앙의 전조를 알아채는 일이다. (책 띠지 중에서)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ct>를 소개한다. <The Long React>는 정치, 경제부터 패션, 테크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인 필진들이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단편소설 분량으로 집필해 발행하는 기사 시리즈이다. <The Long React> 중 기후 재난을 다룬 콘텐츠 다섯 편을 엮었다. 올리버 발치, 조너선 왓츠, 크리스토퍼 드 벨레그, 제이콥 미카노프스키, 엘리스 벨이 쓰고 전리오, 최민우가 옮겼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하얀 석유의 저주', 2장 '빙하가 녹는 소리', 3장 '농업의 종말', 4장 '차원이 다른 손실', 5장 '60년에 걸친 경고'로 나뉜다.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예고되지 않은 재난은 없다'가 수록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다섯 명의 저자가 다섯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첫 이야기부터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사실을 짚어준다. 이동 수단의 전기화는 저탄소 미래로 가는 여정에서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데, 이러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 바로 리튬이라는 것이다. 유럽 최대의 리튬 매장지가 될 가능성이 큰 곳은 포르투갈이며, 포르투갈 정부는 자국의 '하얀 석유'를 개발하고 싶어하는 해외 기업들에 리튬 채굴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기차는 깨끗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휘발유와 디젤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은 아니다. 전기차를 포함한 어떤 차량이든 제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차체에 쓰일 강철을 제련하는 데 석탄이 사용되고, 대양을 가로질러 전자 부품을 배로 실어 나르는 데에도 디젤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추가적인 재료와 에너지가 투입된다는 사실은 현재로서는 전기차의 생산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이 휘발유나 경유로 운행되는 차량보다 더 많다는 의미이다. 일부 계산 결과들을 살펴보면 38퍼센트 정도 더 많다. (25쪽)
그리고 포르투갈 리튬 광산 개발에 대해서도 찬반이 나뉘어 "광산에 반대한다"와 "삶에 찬성한다" 두 가지 상반된 의견이 걸린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리튬에 대한 현실을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다.
이에 이어 빙하가 녹는 소리, 농업의 종말, 차원이 다른 손실, 60년에 걸친 경고 등 지구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보냈던 재난의 징후를 살펴본다. 특히 빙하가 녹는 소리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바닷속이 아니라 거대한 동굴 안에서 높은 천장으로부터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텅 빈 공간 전체에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처럼 들렸다.
"이건 빙하가 녹는 소리입니다." 루이스가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눈이 내리면 공기가 갇혀 에어 포켓이 생기고 몇 년, 몇 세기, 심지어 수천 년 동안 빙하 내부에 압력이 가해진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러분이 들은 건 공기가 방출하면서 터지는 소리예요."
우리가 상상했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물이 공기 중을 가르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기가 물을 가르며 탈출하는 소리였다. 우리는 얼음에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고대의 거품 소리는 놀라울 만큼 시끄러웠다. 우리 인간은 수면 위에서는 들을 수 없지만, 그것은 남극이 매년 여름 만들어 내는 소리였다. 지구가 점차 뜨거워지면서 이 소리는 더 시끄러워지고 있다. (36쪽)
이 책을 읽다 보니 지구가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한다. 이 책은 『지구에 대한 의무』 2권인데, 1권에서는 플라스틱, 팜오일, 에어컨, 콘크리트 등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인류의 노력이 어떻게 우리 삶의 터전을 망가뜨렸는지 살펴보았다고 한다. 2권에서는 지금 지구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러한 현상으로 예상되는 재난은 어떤 모습일지 일깨워주는 것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누구든 이 책을 함께 읽고 경각심을 가지며 우리의 위기를 인식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다 함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먼저 현 상황이 어떤지 파악할 필요가 있고, 그러는 데에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