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 1권을 읽고, 으흐 하하 으흐흑 커흑 웃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권이 나왔다. 반갑고 또 반갑다.
아마 1권을 읽은 사람이라면 2권은 그냥 당연히 읽어보고 싶을 것이다. 난 그랬다. 이 책을 손에 집어 들자마자 읽어나갔다. 이런저런 할 일을 눈앞에 산더미같이 쌓아두고도 제일 먼저 이 책을 읽고 있었다는 건 그만큼 나에게 에너지를 뿜뿜 전해주는 책이어서 그런가 보다.
이번에도 이 책 『크레이지 가드너』 2권을 읽으며 흥미로운 식집사의 세계를 엿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마일로. 부산 온천장에 살면서 매주 열심히 목욕을 다닌 경험을 《여탕보고서》로, 반려견 '솜이'와의 좌충우돌 일상을 《극한견주》로 그렸다.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특별한 경험은 극한 대형견 솜이를 키울 때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식물들이 말썽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크레이지 가드너'가 된다. (책날개 중에서)
2권에는 13화 '물 주는 법', 14화 '똥과 비료', 15화 '식태기', 16화 '분갈이', 17화 '흙', 18화 '스킨답서스', 19화 '식물 생활 근황', 20화 '식물 쇼핑', 21화 '식물 망나니', 22화 '수초', 23화 '게임 속 가드닝', 24화 '비보약'에 이어서 스페셜 '작가 후기'로 마무리된다.
"누구나 처음엔 '식물 망나니'가 되잖아?"
이 말에 뜨끔. 오래전에도 식물을 열심히 키워보겠다며 매일매일 물을 열심히 주다가 익사하게 만들었고, 가장 최근에도 큰맘 먹고 반려식물을 키운다고 하였으나, 결국 죽이고 말았으니 나도 '식물 망나니'와 멀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다. 이제는 식물을 키운다고 마음먹기가 살짝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가드너들 사이엔 '물 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다는 이야기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물 주기에 대한 감을 제대로 익히려면 가드닝 경력이 최소 3년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식집사에 식집살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열정적으로 식물들 키우기에 돌입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안 키워도 남이 키우는 이야기를 보는 것은 재미있다. 특히 식물은 그렇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큭큭 웃으며 읽어나갔다. 생동감 있고 생기발랄해서 통통 튀는 느낌이 드는 글과 그림이다.
물주기, 거름, 분갈이, 수초키우기까지 2권의 내용은 재미와 함께 정보 제공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특히 나는 식집사는 꿈도 못 꾸는 '식물 망나니' 단계이기 때문에 비료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비료 이야기가 나오니 '아, 이래서 사람들이 비료를 사용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식집사 지망생이나 초보 등 시행착오를 거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웃음도 주고 정보도 제공해줄 것이다.
이 책은 만화여서 이 책만의 개성이 넘친다.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든다. 특히 2권에는 초판 한정 부록으로 캐릭터 리무버블 스티커를 제공해주니, 저자 그림의 팬이라면 아마 페이지를 펼쳐보고 '꺄~' 하면서 좋아할 것이다.
특히 그림을 놓치지 말고 챙겨보면서 스토리를 따라가야 한 번 더 웃으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반려견 솜이가 식물을 건들진 않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며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하니, 실제로 반려동물과 함께 식물을 키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다.
식물 이름을 미리 검색해서 독성이 없는 안전한 식물인지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는데, 특히 자주 등장하는 스킨답서스와 몬스테라도 강하진 않지만 독성이 있는 식물(276쪽)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주의할 것.
게다가 저자가 수초 키우기에도 도전하는데, 이렇게 어항과 관련된 취미 생활을 '물생활'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물생활을 하는 사람은 언젠간 식덕이 되고 식덕은 언젠간 물생활을 하는 편이랍니다.'(289쪽)
두 가지 취미를 오가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하니 정말 취미의 세계는 다양하다.
그런데 물생활은 물 갈아주는 게 정말 힘들어 보인다. 물생활을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다들 물 갈아주는 건 귀찮은지 '환수지옥'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으아. 혹시라도 식집사의 세계에는 발을 들일 수도 있겠지만, 물생활은 정말 안 하는 걸로. 하지만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일 테니 물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는 반려식물을 집에 들여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이 책은 재미있어서 읽어보았고, 생고생하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잠 깨기에 버거운 상황에서도 식물을 하나하나 배려하면서 물 주고 다니려면 보통 정성이 아닌 듯해서 말이다.
특히 이 책은 식물을 의인화해서 귀엽고 역동적으로 그린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눈을 뗄 수 없는 책이다. 식물 키우기의 기쁨과 고통 등 온갖 감정을 적나라하게 들려주어서 더욱 솔깃하여 바라보게 되는 만화다.
혹시 반려식물 하나 키워볼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부터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식집사 지망생, 식집사초보, 혹은 식물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도 즐겁게 해줄 만화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