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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도서]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미카엘라 르 뫼르 저/구영옥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읽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내가 열심히 재활용 쓰레기라며 분리수거하는 쓰레기 중에서 실제로 재활용되는 쓰레기는 현저히 적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말한다.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라고 말이다.

 

'재활용이라는 위안'에 가려진 플라스틱 재활용의 실체,

그리고 쓰레기 식민주의를 파헤친 인류학자의 '플라스틱 마을' 르포 (책 뒤표지 중에서)

 

내가 잘 모르고 있는 어떤 어마어마한 진실을 알게 될 것 같아서 긴장하며 이 책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미카엘라 르 뫼르. 인류학 박사로, 엑스-마르세유대학에서 사회학 및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다. 2011년부터 폐기물, 플라스틱 재료, 재활용에 대해 연구 중이며, 이 주제로 2019년에 논문 「플라스틱시티: 베트남의 삶과 생태학적 변혁에 관한 연구」를 썼다. 플라스틱 재료(특히 가방과 포장)의 생애주기를 추적하며 생태, 도시 및 정치의 중요성에 중심을 두고 있다. (책날개 발췌)

 

'추천의 말'과 '프롤로그_당신이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이 도착하는 곳, 민 카이 마을'을 시작으로, ''플라스틱' 블랙박스_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니다', '쓰레기 패러독스_다시 태어났는데 또 쓰레기?', '재활용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_누군가는 진화하고 누군가는 퇴화한다', '돌고 돌아 다시 원점?_순환이라는 거짓말' 등의 내용을 들려준다. 에필로그_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재활용'이라는 신화'로 마무리된다.

 

오늘도 나는 쓰레기봉투 하나와 재활용 쓰레기를 잘 분류하여 버리고 왔다. 쓰레기를 버리면 후련하다. 하지만 쓰레기들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과연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가게 될 것인지, 궁금하긴 하지만 일단 버리고 나면 내 손에서 떠나는 것이니 그다음은 내 관심에서 멀어지고 만다.

 

나는 주로 베트남 북쪽 지역에 있는 한 마을을 조사했는데, 이곳은 최근 수십 년간 세계 무역으로 발생한 플라스틱 재활용에 특화된 곳이었다. 누 꾸인 지역에 속한 민 카이 마을에서는 컨테이너에 담긴 천 톤 분량의 쓰레기가 매일 해체되고 수공업 공장에서 가공된다. 직업, 지위, 신분을 막론하고 수만 명의 사람이 이 작업에 동원된다. (21쪽)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충격으로 다가온다.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다고 마음 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었다. 그 쓰레기들은 어디에서 헤매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책에 있는 내용은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어서 더욱 마음에 파고든다. 박사 연구라고 하여 책상 앞에서 책만 살펴본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누비며 생생하게 취재를 한 것이기에 가슴을 두드리며 충격을 주었다.

 

우리는 으레 하는 말들을 몇 마디 나눴다. 프랑스에서 왔고 재활용에 대한 박사 연구 중이라고 나를 소개했다. 스노우는 우리가 플라스틱 가공과 관련된 직업에 관심이 많아서 이 마을을 다니며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긴 설명에 비해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끊임없이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반복해야 하는 작업으로 고통스러워했다. 일용직으로 이들을 채용한 사업가는 10시간 동안 더러운 플라스틱을 해체하고 분류해 다시 포장하는 업무를 줬다. 회사는 파란 셔츠와 주방용 라텍스 장갑을 제공하면서 하루 일당으로 10만 동(약 3유로)을 지급한다. 사진 촬영을 허락받았지만 한 여성이 카메라 렌즈를 날카로운 눈으로 응시하면서 큰소리로 물었다. "프랑스에도 이런 일이 있나?" "아뇨, 없는 것 같아요." "그럼 날 좀 프랑스로 데려가." (60쪽)

 

 

사출기가 플라스틱 조각들을 녹이면 스크루의 내부 압력을 통과한 걸쭉한 용암 같은 것이 기계 주둥이에서 천천히 나와서 금속 골판에 떨어진다. 공기와 접촉하면 식어 버리는 이 폴리머 반죽의 색이나 외형은 재활용 라인에 들어가기 전, 폐플라스틱의 질에 따라 달라진다. 색깔은 민트색부터 밤색, 회색,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환기가 안 돼서 이미 후텁지근하고 공기도 탁한 작업장에서 사출기는 가스 기포를 내뿜으며 덩어리지고 김이 나는 걸쭉한 용암을 내보낸다. 노동자들은 매일같이 이런 공기를 마시는 것이다. (69쪽)

 

이 책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읽고 나면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에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선한 이미지인 '재활용'이라는 것의 실체를 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재활용 작업이 어떤 사람들의 커다란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쓰레기 처리 노동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으며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에 관해서도 충격적인 진실을 접하게 된다.

 

 

차들이 지날 때마다 흔들리는 거대한 콘크리트 다리 밑에서 두 여성 농민이 강에 다리를 무릎까지 담근 채로 허리를 구부리고 투명한 비닐봉투를 강물에 씻는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항구에서 사용되었던 이 봉투에는 해산물이 남아 있었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가난한 이 여성들은 최근에 새로 생긴 사출 공장의 재활용업자에게 되팔 수 있는 공짜 재원을 이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세척한 투명 폴리머가 햇볕에 발효되면 악취가 제거되기 때문에 불결함을 없애는 이 작업을 추가하면 가치가 더 높아진다. 그들은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이 다리 아래에서도 돈에는 악취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131쪽)

이 책에 실린 글들은 현장감이 있다. 인류학자의 '플라스틱 마을' 르포는 지금껏 한 시선으로만 보던 것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는 재활용 쓰레기 처리 시스템과 흐름의 진실을 추적한 책이다. 저자는 재활용이라는 '신화'에 담긴 모순과 부조리, 그리고 거짓말을 폭로한다. 그럼으로써 쓰레기 재활용을 둘러싼 우리의 고정관념과 허위의식을 전복한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쓴 앙상한 이론서가 아니다. 현장을 누빈 발걸음과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실증적인 현실 탐사 보고서다. (장성익 환경과생명연구소 소장 추천의 말 중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엄청난 현실이다. 망치로 머리 한 대 맞는 듯한 상황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현실이 지구 어느 한 쪽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재활용'이라는 단어에 죄책감을 덜고 무조건 동의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도 한번 읽어보면 좋겠다. 순환이라는 거짓말, 재활용이라는 신화를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볼 기회가 되니 말이다.

 

적어도 내가 잘 분리배출하여 버리는 쓰레기가 100% 재활용되어 좋은 곳에 쓰일 거라는 환상에서는 벗어나게 된다. 재활용이라는 신화에 대해 곰곰 생각에 잠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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