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 너무 길다. 끝이 안 보인다. 여전히 사람들은 코로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마스크를 쓰며 생활한 이후에 만난 사람은 어떻게 생겼는지, 지금 어떤 표정을 지으며 말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고 보니 아이들도 안쓰럽다. 한참 친구들과 뛰어놀며 사회성을 키워야 할 때에 얼마나 힘들겠는가.
이 책에서는 말한다. 코로나 이후, 아이들의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상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보듬어줄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가 전하는 대한민국 아동, 청소년, 가정, 학교를 위한 회복 솔루션이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들』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이며 현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센터장 및 서울시 코비드19 심리지원단 단장, 안산 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마음과 관계, 인지, 그리고 미래에는 쉽게 치유하지 못할 상흔이 남았습니다. 그 상처 회복에 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이 책이 거기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코로나로 인한 마음앓이를 치유하지 않으면 미래는 없습니다. 코로나 세대라고 불리는 이 세대가 겪은 피해와 상처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후유증을 비롯한 장기적 결과를 완화할 수 있도록 우리는 과감한 노력을 전개해야 합니다. (14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더 외롭고 더 불안하고 더 아픈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하여'를 시작으로, 1장 '코로나 상처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장 '코로나가 남긴 발달적 상처들', 3장 '코로나가 남긴 심리·사회적 상처들', 4장 '코로나 상처 치유를 위해 교사·부모가 실천해야 할 열 가지', 5장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회복을 위한 제언'으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천천히 서두르자'로 마무리된다.
이 책에서는 어린 확진자에 관한 오해부터 짚고 넘어간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감염률이 낮다'는 것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2021년 겨울과 2022년 봄을 지나면서 19세 이하 확진자가 45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는데, 이는 아동·청소년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감염된 셈이라는 것이다.
2022년 4월에 질병관리청이 발행한 안내문에는 5~11세 아동이 연령대비 가장 높은 감염률을 보이고 있다고 명백히 밝혔고, 확진자 중 17퍼센트가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았고 사망자도 30명 정도 발생했으니, '아동·청소년은 코로나를 가볍게 앓고 큰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는 것도 착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상처 중 가장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전제가 이것입니다. 아동·청소년 중에서도 확진자가 상당히 많았고, 호흡계 증상을 포함한 신체적 증상, 후유증에 이르기까지 많이 아팠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충분히 회복되어 잘 지내는 듯 보이더라도 앞으로의 모습에 주의를 기울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5쪽)
코로나 시대, 우리 아기가 배운 첫 단어
코로나 시기에 태어난 아이들이 처음 본 얼굴은 OOO를 쓴 얼굴이었고, 자신의 부모님도, 자신을 처음 안아주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OOO를 쓰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기로 누워 지내면서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모두 OOO를 쓰고 있었기에 아기들은 OOO를 쓰고 있는 것이 '정상'이라는 지각을 갖고 있다가, 갑자기 OOO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다가오면 불안을 보였다고 합니다.
영국 BBC에서 코로나 팬데믹 속의 육아가 이전의 육아와 다른 점에 대해 대담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방송에 나온 한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가 부모에 관한 이야기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쓴 사회적 용어는 OOO라고 했습니다.
엄마들 모임에 갔을 때는 모두가 OOO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엄마, OOO." 그러면서 아기들의 기억 속에는 OOO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말하지 못하는 아기들이 지난 2년간 본 얼굴들의 특징은 코나 입이 없고 눈만 있는 얼굴들이었습니다.
OOO, 이 말은 무엇일까요? 답은 마스크입니다. (52쪽)
그동안 읽은 코로나에 관한 책 중 청소년들에 대해 집중해서 현 상황을 짚어본 것은 아마도 처음인 듯하다. 지금껏 아동·청소년이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떤 고충이 있는지 크게 고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그들이 느낄 정서적인 문제를 보며 마음이 애리고 아프다. 게다가 '혼자는 외롭고, 함께는 힘들다'는 사회성 혼란은 물론이고, 삶의 현장에서 배울 기회를 놓친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일 것이다.
특히 '부모는 여섯 가지 말밖에 모르는 감시자'라는 제목의 글에 씁쓸해진다. 그 여섯 가지 말이 무엇인고 하니, '공부해라', '책 봐라', '스마트폰 보지 마라', '밥 먹어라', '차라리 자라', '씻어라'라는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처럼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보니 부모의 양육에 명령과 지시 외에는 다른 기술이 없다는 뼈아픈 지적이었다고.
활동 제한으로 인한 소아 비만은 물론이고 심각한 수준에 달한 정신건강까지 진지하게 고민해본다. 그런 문제들을 함께 짚어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하는 작은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 보면 '코로나가 알려준 것'을 여덟 가지로 짚어준다. 그중에 일곱 번째인 '우리는 어떤 현실에 마취되어 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가 마음에 콕 와서 박힌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코로나로 인해 지구라는 행성에서 5억 명이 감염되었고, 500만 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우리는 이 세계사적 사건 앞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마취된 채, 정작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각성하고 사유하고 통찰하는 일을 미루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부동산, 코인, 주식 뉴스에서 손을 놓지 못할 것 같아요."
"내일 지구가 멸망할지라도 오늘 밤부터 아침까지 게임할 거예요."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일단 공부는 해야죠."
현재의 삶에 충실함을 넘어 과도한 욕망에 집착하고, 끝없이 중요한 성찰을 가로막는 미디어와 언론의 뉴스에 현혹된 채 지내도 괜찮을까요? (277쪽)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겪은 상처와 어려움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책을 읽다 보면 '게임 말고 공부 좀 해라'는 말 대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이를 어떻게 실천할지 마침내 결심하게 된다.
_김대운 | 목포 옥암중학교 상담교사
이 책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수가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들을 하나씩 짚어주고 있다.
청소년 정신치유, 코로나상처회복, 롱코비드증후군에 대해 더 늦지 않게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그 시작을 이 책과 함께 해도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