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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 워크

[도서] 풋 워크

탠시 E. 호스킨스 저/김지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나에게 신발은 그저 편한 게 최고다. 패션의 완성 그런 거 아니다. 예전에 구두 잘못 신었다가 발뒤꿈치가 다 까져서 밴드 붙이고 돌아다니기도 했고, 그러니 이제는 아예 운동화 한 켤레로 잘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신발에 관한 것이라고 알고 읽었지만, 한정판 신발에 대한 것이거나 신발 마니아들이 들려주는 모르던 세상 정도라고 생각하고 집어 들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치게 될지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세상의 모습은 더 복잡하다. 서문을 읽다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의 습격으로 2020년 한 해 동안 신발 생산은 거의 40억 켤레 수준으로 추락했으며, 코로나19라는 위기는 패션 산업에서 이미 착취당하고 있던 사람들을 급속히 덮쳤다는 것이다.

생산 라인 전역에서 노동자 수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비좁은 공장에서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수천 노동자들이 심각한 병에 걸렸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평등을 위해 만들어진 구조가 아니라, 극소수에게 은하계 수준의 부를 안겨주면서 수십억 명의 인구를 가난에 두는데, 위기가 닥치면 꼭대기의 사람들은 보호받고, 가장 큰 타격은 노동자들에게 가도록 만들어진 체제(11쪽)라는 것이다.

서문만 읽어보아도 엄청 충격적이다. 개인적으로 신발의 소비가 많든 적든, 이런 것은 상관이 없었다. 내가 신발을 더 소비하든 덜 소비하든 그런 것보다는 그저 시스템 자체의 문제 때문에 극빈 노동자층에게는 이래저래 타격이 큰 것이었다.

저자는 신발이라는 단순해 보이는 생필품을 통해 글로벌 사우스의 공장과 재택 노동, 고삐 풀린 소비주의, 산더미 같은 폐기물, 자본주의의 속임수, 난민, 생태계 파괴, 무력하거나 무관심한 정부 같은 세계화의 해악을 낱낱이 까발린다. 저자는 그저 현 상황의 절박함을 폭로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억압과 파괴가 있는 곳에 저항 또한 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권리 침해에 맞서 저항하며 초국적기업, 억압적인 공장 소유주, 환경 파괴와 불공정한 정부에 도전하는 용감한 사람들을 우리 눈앞에 들이민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나아갈 방법을 친절히 알려주고 함께 가자고 권한다. (336~337쪽,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에서 알려줄 충격적인 진실 앞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본격적으로 『풋 워크』를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탠시 E.호스킨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사회운동가. 방직 및 의류와 제화 산업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있다. 이 작업을 위해 방글라데시, 케냐, 마케도니아 등지를 방문하고 영국 버밍엄의 위성도시인 솔리헐의 톱숍 창고에도 다녀왔다. (책날개 발췌)

매년 수백억 켤레의 신발은 어디에서 생산되어 누가 소비할까? 우리는 왜 그동안 날마다 신고 다니면서도 신발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한 번도 귀기울이지 않았을까?

이 책은 세계화라는 산업의 정복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서 상호 의존과 불평등을 담고 있는 '신발'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강박적인 열망에 사로잡힌 수집가들이 말하는 신발의 매력, 저임금 노동과 부당한 착취와 성차별로 점철된 신발 생산 과정, 브랜딩을 통한 다국적기업의 이윤 창출 전략과 무책임한 회피, 그리고 지구 환경의 파괴로 이미 도래한 기후 붕괴까지 이 책은 신발의 생산과 소비 욕망 뒤에 숨겨진 문제를 끄집어내어 개인적·정치적·시스템의 변화를 통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총 10장으로 구성된다. 서문과 머리말 '신발이 월 어쨌기에?'를 시작으로, 1장 '발로 차', 2장 '공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3장 '신발 끈에 매달린 삶', 4장 '브랜딩', 5장 '난민들의 신발', 5장 '지옥과 맞바꾼 가죽', 7장 '폐기물이 되다', 8장 '로봇들이 몰려온다', 9장 '신발이 발에 맞으면', 10장 '반격하라'로 이어지며, 맺음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참고문헌 등으로 마무리된다.

2019년에는 전 세계에서 매일 6,660만 켤레의 신발이 만들어졌다. 이는 연간 총 243억 켤레에 이른다. 이처럼 신발 가격이 저렴한 적은 없었고, 그로 인해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가 이처럼 큰 적도 없었다. 잘사는 나라들의 과잉소비에 따른 과잉생산은 우리가 일회용 세상에 살고 있는 양 착각하게 만든다. 혁신과 진보는 오로지 높이 쌓아놓고 헐값에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데로 쏠렸다. (18~19쪽)

그러고 보니 신발은 다른 옷가지들과는 다르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것은 그야말로 고문이니, 생각보다 많이 생산되고 수많은 신발들이 폐기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 짝만 있으면 멀쩡하더라도 신을 수 없으니 폐기되어야 한다.

외짝 신발은 어떻게 처리될까. 이 책에 의하면 마커로 '외짝 신발'이라고 쓰인 흰색 자루에 담아 외짝 신발 처리를 부업으로 하는 회사에 수거되고, 런던 북부의 버밍엄이나 하트포드셔로 간 후 동쪽으로, 아마 폴란드나 파키스탄으로 가는데, 그곳에는 외짝 신발의 짝을 다시 맞춰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창고들이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외짝 신발이 이 창고들로 몰려들고, 그 후 짝을 다시 찾아주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는데, 때로는 정확한 짝이 발견되고, 그럭저럭 비슷한 반대쪽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상당히 할인된 가격에 팔린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런 곳이 다 있구나!'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것을 알아간다.

이 책의 저자는 인류가 진 빚의 진정한 대가를 가장 예리하게, 가장 열정적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다. 이 책은 우리가 신는 신발과 그 공급 사슬이 우리, 특히 그 시스템에 속한 노동자들을 어떻게 더 한층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세심하고 때로는 공포스러운, 내려놓기 힘든 책. 이 책을 읽으면 모든 패션과, 나아가 모든 소비재 상품에 관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다.

_루시 시글(영국 작가, 저널리스트)

이 책에서는 신발에 대한 막연한 생각을 구체화시켜주고 있는데, 실제 사례와 각종 자료를 통해 낱낱이 드러낸다. 정말 생각보다 열악한 현실에 치를 떨며 읽어나간다.

세상이 불평등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고, 심각한 차별도 예상 밖의 일이어서 이 책에서 조목조목 언급하는 문제들에 놀랄 따름이다.

특히 이 말은 기억하고 실천해야겠다.

오늘날 경제는 모두에게 존엄성 있는 삶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윤으로 굴러가는 과잉 생산과 과잉소비를 위주로 설계되어 있다. 이런 우선순위를 바꾸기 위해 경제를 재설계하려면 자본주의의 최악의 실천들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관심사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진다. (324쪽)

함께 상상하고 보다 나은 미래로 향해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우리의 신발은 4만 년간 우리 곁에 있었다. 신발은 시대를 관통하는 우리의 여정을 목격하고 추진했다. 인류의 최고와 최악을 보았다. 어쩌면 신발은 그 어떤 사물 못지않게 우리를 더 밝고 더 공정한 미래로 이끌어줄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신발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세계에 대해 눈을 떠야 한다. (326쪽)

신발을 통해 이렇게 세상의 현실을 짚어본 책은 이 책이 처음인 듯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상을 접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 책으로 알게 된 세상이 엄청 충격적이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대안이 있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변화의 시작점에 있다는 것이 다행이다. 많은 것을 알게 된 책이니 함께 읽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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