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직접 경험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책을 꼭 보고 싶다고 말이다.
이 책에서는 질문을 던진다.
"아무것도 없는 집에 떨어진다면 첫날 무엇을 골라야 할까?"
무척 궁금하다. 그래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할지는 알 길이 없다.
이 책에서는 다 버려봐야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간접경험을 통해 들으며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 『사는 데 꼭 필요한 101가지 물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후지오카 미나미. 1988년 출생. 생활 여행자로 사는 작가. 라디오 진행자이며 영화 프로듀서다. 독서 생활이나 유적지 순례가 곧 시간 여행이라는 생각에 2019년부터 타임트레블 전문서점 우토우토를 운영 중이다. 학창시절 이어진 영상 제작에 대한 관심으로 몇 편의 다큐멘터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특히 그녀만의 실험적인 세계관이 드러나는 이번 작품은 현지 매체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책날개 발췌)
계속 집에 머물며 해본 서바이벌 도전. 소지품 제로로 시작해 하루에 1개씩 도구를 꺼내는 생활을 100일간 해보았어요.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라는 영화에 추천사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은 것이 계기였죠.
"여러분도 꼭 한번 해보세요!"라고 가볍게 권할 수는 없는 도전이지만, 제 이야기를 통해 삶을 재발견하는 감각을 함께 느껴주시면 좋겠습니다. (4~5쪽 발췌)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100일간의 물건 선택법'에서는 1일째부터 100일째까지 매일 어떤 물건을 택하고 어떻게 지냈는지 기록하고 있다. 2부 '100일간의 물건 발견법'에서는 의복의 발견, 음식의 발견, 주거의 발견, 시간의 발견, 청결의 발견, 일의 발견, 재미의 발견, 독서의 발견, 사물의 발견 등 100일간 물건과 살면서 깨달은 감상과 소회를 100가지로 정리했다.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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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딱 1개의 물건만 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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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구입은 괜찮지만 조미료는 카운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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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가스, 수도 등의 기본 시설은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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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초기 장비를 최소한으로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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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은 조건 없이 단 100일로 한다.
1일째 무엇을 선택했을지가 제일 궁금했다. 진짜 텅빈 방에서 저자는 과연 무엇을 먼저 선택했을까.
바로 '이불'을 선택했다. 딱딱한 바닥에 계속 앉아 있는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일 테니 말이다.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고 공감되었다. 첫째 날의 그 마음 말이다.
'스마트폰아, 너를 미칠 듯이 원해.' 그러나 스마트폰을 금세 손에 넣으면 이 수행의 참모습을 놓칠 것 같다. 그리고 깨달은 또 1가지. '물건이 없는 나는 텅 비었구나….' (19쪽)
의외였던 것은 9일째 책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물품 없이 하루에 하나씩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9일째 책을 선택했다니!
그런데 이 생활을 하고 처음 책을 얻었을 때의 기쁨은 기대를 훨씬 웃돌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TV가 없는 방대한 밤의 시간도, 이 책으로 무無의 수행이 아닌 것이 되는 셈(30쪽)이라는 깨달음.
그리고 책은 중간중간에 또 골랐으니, 독서의 즐거움은 말해 무엇하랴.
하루씩 지나며 한 가지씩 물건이 늘어나고, 거기에 대한 생각을 길지 않으면서도 임팩트 있게 안내해준다.
전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씩 선택하는 것이니, 다음 날에는 어떤 물건이 먼저 들어올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되었다.
살다 보니 무언가 비우고 채우기를 반복하며 살아가게 되며, 점점 미니멀리스트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게 된다. 정신 차리고 보면 주변에 물건들이 하나씩 쌓이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이 책을 통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씩 채워나가는 것을 보며 나는 어떤 물건으로 선택할까 생각해보는 시간이 흥미롭다.
어떤 물건은 '왜 이것을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것은 당연한 것일 테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나는 어떤 물건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어떤 물건이 있어야 좋은가 떠올릴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2부에서 알려주는 물건에 대한 단상도 좋았다. 익숙한 물건을 색다른 시선으로 접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신발은 세계를 넓히는 도구라든가, 존경심이 절로 생기는 세탁기의 기능, 냉장고는 타임머신, 목욕타월에는 포용이라는 기능이 있다, 심플라이프로 산다면 어쨌든 인터넷은 필수다 등등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일상의 무인도에서 하나씩 늘리며 깨달은 생활의 윤곽과 물건의 가치 (책 뒤표지 중에서)
우리 생활에서 숱하게 많은 물건들이 필요한데, 어떤 물건들이 기본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한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아간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90%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어떤 물건이 꼭 필요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 선별해본다.
특히 저자의 시선과 표현력이 마음에 들어서 펼쳐들면 공감하며 집중해서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