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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르노

[도서] 아베르노

루이즈 글릭 저/정은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이 책은 루이즈 글릭의 시집 세 권 중 《아베르노》이다.

'아베르노'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책장을 넘겨보니 그 의미가 바로 나온다.

아베르노, 아베르누스의 옛 이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서쪽으로 십 마일 떨어진 작은 분화 호수,

고대 로마인들에게 지하 세계로 가는 입구로 알려진 곳. (책 속에서)

또한 해설에도 보면 아베르노를 언급하고 있다. '아베르노'는 라틴어로 '지옥'을 뜻한다는 것이다.

총 열여덟 편의 시가 수록돼 있는 이 시집은 하데스에게 붙잡혀 간 페르세포네의 신화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페르세포네가 루이즈 글릭의 자아라는 것이다.

안 그래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신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에 소설까지 읽고 나니, 그 상황이 그려져서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아베르노》는 '떠남'에 관한 이야기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상실과 죽음을 딛고 다시 돌아오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11쪽)

이 책의 저자는 루이즈 글릭. 미국의 시인이자 수필가이다. 2020년 노벨문학상, 2015년 국가 인문 훈장을 받았다. 현재 예일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루이즈 글릭의 시를 보며 내가 알던 시, 내가 이해하던 시를 넘어서는 느낌을 받았다. 저 너머의 세계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세상에는 지금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럴 때에는 쉼표를 찍고, 미래의 나 자신에게 한번 더 음미할 수 있도록 여지를 주어도 좋겠다.

《아베르노》는 죽음과도 같은 상실을 견디는 목소리들의 세계다. 시인은 우리에게 그 안에 깃든 삶과 죽음의 이중 리듬을 잘 느껴보라고 초대한다. (14쪽)

저 너머의 세계, 세상과 모든 감각을 뛰어넘는 세계, 모든 죽음을 아우르는 세계, 이 책을 읽으며 그 세계에 초대받는다. 그 내용을 모두 다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한자락 남겨 놓는다.

 


 

어떤 눈물도 어떤 감정의 파고 없이 도달하는 애도. 모든 상처, 모든 상실, 모든 훼손, 모든 생, 모든 죽음, 모든 망실과 망각, 그 모든 인간 조건에 바치는 완전한 애도가 여기서 완성된다.

다른 한편, 그 유명한 페르세포네 신화를 차용하는 《아베르노》는 욕망과 폭력과 상실의 서사다.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는 순결과 욕망에 관한 한 변치 않는 가장 익숙한 소재다. 그런데 글릭은 그 과거의 신화를 현대의 삶 속에서 새롭게 해석한다. (15쪽, 16쪽 발췌)

얼마 전 읽은 세 권으로 된 페르세포네 × 하데스 소설에서는 소설가의 상상력으로 신들을 인간화해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재해석했다면, 이 책에서는 시인의 시선으로 여성의 삶에 드리운 일들을 재해석한 것이다.

그러니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서 짤막하게 접했던 소재를 이번에 다양하고 깊숙하게 살펴볼 수 있었기에 특별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작가들이 보는 시선에 따라서 신화의 주인공이 달리 보이게 되니, 이 책을 통해 시인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독특했다.

물론 이 책 속에 담긴 시가 한 번에 이해되기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반복해서 읽다 보니 루이즈 글릭의 마음에 조금씩 접근하는 듯했다.

도전정신을 일깨워주고, 그만큼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 시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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