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 감상 시간을 늘리며 독서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전히 나에게 난해함과 도전의식을 선사하는 영역이 있으니 그건 바로 시라는 장르다.
하지만 감수성을 키우는 데에 있어서 시만 한 것이 없다는 생각도 여전히 갖고 있다.
왜냐하면 시에는 일반인과는 다르게 섬세한 시인만의 감성이 압축되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시인, 외국 시인 가릴 것 없이 하루에 조금씩 시 감상의 시간을 가지며 감성을 자극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이재무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이 있었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재무 시인은 첫사랑의 감성을 가슴에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그리움을 간직해온 시인이기에 더욱더 그 마음에 동참해 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이재무. 1958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1983년 『삶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벌초』 『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 등 다수 출간,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날개 발췌)
시인의 말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어릴 적 이웃 마을에 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 시절 그녀는 내 세계의 전부였다. 그녀로 인해 아프고 행복했다. 내 시의 베아트리체였던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시인의 말 전문)
시인에게는 숙이라는 소녀가 지금까지도 작품 안에 녹아들어 있는 첫사랑이자 뮤즈이자 그리움이다.
「장기수」라는 시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나는 너라는 감옥에 갇혀/ 황홀한 재앙을 살았다/ 스스로 걸어 들어가/ 형기를 마칠 때까지/ 그리움의 장기수로 살았다'라는 글을 보며 생각했다.
얼마나 그리우면 그리움의 장기수로 살았다고 했을까. 그 표현에 절절한 그 마음을 느껴볼 수 있었다.
모순
이재무
장미는 순수한 모순이다
릴케는 말했지만
사랑만큼 순수한 모순은 없다
나는 사랑을 통해 순수한
삶이 모순이라는 것을 섬광처럼 깨달았다
그렇다 일사불란한 사유와 체계는
기실 얼마나 음험하고 불순한가
사랑은 황홀한 재앙이듯
세계 내 모든 진실한 것은 모순이다
그의 시에 보면 사랑을 황홀한 재앙이라고 표현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첫사랑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그것은 진실한 모순인가보다.
시인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시인이 표현하는 언어는 한 번 더 곱씹어 보며 마음속에 이미지를 그려보게 한다.
단어가 주는 느낌, 그리고 사랑에 대한 간절한 여정을 내 마음에도 담아보았다.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떤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큰 영향을 주며 다른 이의 인생까지도 흔들어놓는다. 저자에게는 그 한 사람이 그의 인생에 큰 획을 그으면서 휘젓고 있는 존재인가 보다.
최초로 그리움을 심어준 사람/ 결락의 고통을 안겨주고/ 부재의 허무를 살게 하여/ 나를 깊이 만든 사람.(「한 사람 1」 중에서)
아마 그 사람이 그를 시인으로 만들어주었고, 여전히 시인의 마음속에 살고 있나 보다.
이 책을 통해 그 감성을 전해 듣는다.
지난날의 "흑백사진"을 "뒤적이다"가 정말 "흑백사진 속으로 들어가" 온통 흑백을 앓고 있는 시인의 이야기입니다. 시인은 가식과 치장의 시대를 고아처럼 떠돌다 자신의 순수했던 "옛날"을 발견하고는 한참 웁니다. 그동안 가꾸고 지켜온 모든 색을 내려놓고 지난날이 되어버린 시인의 울음 속에는 "꽃"과 "가축"과 "짐승"이 함께 삽니다. (책 뒤표지 중에서, 김주대 (시인))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마음은 젊은 날로 돌아가는 때가 간혹 있다. 그런데 시인은 시를 쓰면서 그때의 그 마음으로 자기만의 공간에서 황홀한 재앙을 마주 대하며 시로 풀어내고 있나 보다.
그 감성과 용기에 멈춰 서서 생각에 잠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