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데에는 저자의 이력이 큰 역할을 했다. '주식 중독을 앓았던 정신과 의사'라는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믿기 힘들겠지만 주식 중독을 앓았던 정신과 의사다. 서른 중반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가며 주식에 투자했고 그 결과 전 재산을 모두 날렸다. 일하면서도 주식 생각만 하다 직장에서 잘리고 나서야 손을 털었다. 그동안의 실패를 교훈 삼아 다시 주식투자를 공부했다.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투자 멘털과 심리를 철저히 분석해 현재는 그간 잃었던 손실을 회복하고 꾸준한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주식투자자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책날개 중에서)
이 글을 보고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보다도 주식투자로 많은 것을 잃은 사람들의 심리를 잘 알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주식 투자로 큰 손실을 본 사람, 특히 영끌까지 했는데 커다란 손실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 등등 주식 중독 클리닉이 필요한 사람이 실제로 많겠구나!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이 책 『구로동 주식 클럽』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박종석. 구로 연세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이자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외래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레지던트를 거쳐 서울대학교 병원 펠로로 일했다. 2022년 여성 정신 건강과 가정 폭력 문제에 대한 기여로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책날개 중에서)
현재 준수는 서울특별시 구로동에서 주식 중독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정신과를 방문하는 이들이 으레 그렇듯 준수의 주식 중독 클리닉에도 행복한 일로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다. 클리닉에 온 이들은 대부분 주식투자로 큰 경제적 손실을 본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안색은 흙빛이고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준수는 가족들의 눈치를 보면서 쉽게 말을 떼지 못하는 것만 봐도 환자가 대충 얼마를 잃었는지 감을 잡았다. (28~29쪽)
이 책을 통해 '주식 중독 클리닉'의 필요성과 현황을 실제로 생생하게 바라보는 듯했다.
준수가 운영하는 주식 중독 클리닉은 세 달 과정이며, 첫 달은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진단했고, 두 번째 달은 수용의 단계, 즉 자신의 실수를 되돌아보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깨닫는 과정이다. 세 번째 달은 행동의 단계, 성숙하고 건강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실제 상황처럼 다가와서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주식으로 돈 좀 잃었다고 정신과를 왜 와? 내가 무슨 큰 잘못이라도 했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겠고, 운이 나빴다거나 조금 욕심부리다가 잃었다거나 등등 상담받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기에 더욱 책 속 이야기에 주목해 보았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어서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된다.
구로동에서 주식 중독 클리닉을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 박준수, 주식투자에 중독된 남자친구에게 빚까지 내서 투자금을 빌려준 최은비, 한때 여의도에서 실적으로 손꼽히는 증권맨이었지만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영준, 빨리 독립하고 스포츠카도 사고 싶어 주식투자 리딩방에 가입한 민지운, 그리고 모든 것이 베일에 싸인 마석도.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해본다.
나도 며칠 전에 주식리딩방 문자를 받았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받았다. 그래도 할 생각이 없으니 당연히 스팸 취급하며 지웠지만, 거기에 낚이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에이 설마? 다 어르신이거나 사회 경험 없는 순진한 사람들이겠지'라고 생각했다면 그렇지 않고. 피해자 중에는 변호사나 검사, 의사, 대기업 임원, 은행원 심지어 경제학과 교수도 있다는 것이다.
본업에서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마저 이런 뻔한 함정에 넘어가는 이유는 바로 욕망 그리고 불안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은 특히 본전에 대한 집착으로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보면서도 '이것만 찾고 다시는 주식 안 해'라고 투자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주식 투자를 하는 심리를 들여다보고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과 치유까지 살펴보는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개미가 아니라 여행자다. 투자라는 고행길을 함께 걷는 순례자다. (274쪽)
저자가 말하는 이 한마디가 마음에 들어온다.
주식 투자와 인간의 심리에 대해 이렇게 픽션으로 접해보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 속 인물들은 허구라고 하지만 어딘가에 있을 법하고, 읽다 보면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니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듯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어느덧 독자 자신의 마음까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