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단편집이다.
사실 「필경사 바틀비」에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시기와 배경에 따라서 책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지금 읽으면 어떤 감성으로 읽을 수 있을지 나를 시험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말하는 데에는 지난번 읽었을 때 그다지 감흥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한다.
『모비딕』와 「필경사 바틀비」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는 것을 처음에는 믿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왜 이 글을 썼는지를 이제 어렴풋이 알 듯도 하다. 그만큼 내가 달라졌다는 이야기인가 보다.
허먼 멜빌 단편선 『필경사 바틀비』를 읽어보게 되었다.
허먼 멜빌
Herman Melville 1819.8.1. ~ 1891.9.28.
19세기 미국 낭만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멜빌은 뉴욕에서 태어났다. 풍족한 어린시절을 보내던 중 가세가 기울며 아버지가 사망한 뒤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학교 중단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스무 살이 되던 해인 1839년 상선 '세인트로렌스호의 사환으로 취직해 처음으로 배를 탔다. 그 뒤로도 포경선을 타고 작살로 고래를 잡는 모험을 체험하거나 군함의 수병이 되는 등, 선원 생활의 경험을 쌓았다.
이런 경험들이 『모비딕』을 비롯한 바다 배경 해양소설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 외의 작품으로 남태평양의 방랑생활을 담은 『오무』, 상선 생활을 그린 『레드번』, 군함 생활이 깔린 『하얀 재킷』, 부유한 평민 집안의 비극적인 삶을 그린 『피에르』 등이 있다.
멜빌은 단편소설도 많이 썼는데, 이 책에 수록된 「필경사 바틀비 : 월가의 이야기」,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과 같은 작품들은 빼어난 수작으로 꼽힌다. 멜빌은 이 작품들을 통해 자본주의가 성숙해 가는 19세기 미국의 산업사회에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을 절묘하게 비교하고 대조한다. 자본주의의 비극성을 이미 놀랍게 간과하고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책날개 중에서 저자 소개 전문)
이 책에는 허먼 멜빌의 단편소설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먼저 「필경사 바틀비」를 만나게 되었다. 이 소설은 멜빌이 쓴 최초의 단편이라고 한다.
역자 해설에 보면 이 작품은 멜빌의 작품 중 가장 모호한 작품으로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언급한다.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바틀비의 모습을 보며 당시 월가의 상황을 짐작해본다.
바틀비는 아무 일도 안 하고 타인에게 불편함만 제공하는 정신병적 징후를 가진 무기력한 자인가? 아니면 자본주의 조건하에서 그의 소극적 저항이 인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의미인가? (194쪽)
이 소설은 어느 상황의 단면만을 보던 나에게, 다른 면으로도 바라볼 수 있도록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다.
「꼬끼오!」,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 모두 비슷한 시기에 쓰였고 자본주의의 비극성을 간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
단순히 작품 겉으로 드러나는 상황 말고, 행간을 읽으며 그 시대의 사상을 엿볼 수 있었다.
허먼 멜빌은 『모비딕』으로 유명한데, 그의 단편소설 「필경사 바틀비」 또한 허먼 멜빌의 작품이라는 데에서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모비딕의 작가가 자본주의의 비극성을 엄중히 경고하였으니,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시대의 상황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았다.
게다가 「필경사 바틀비」가 미국 고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고 하니, 더욱 눈여겨보게 되었다.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작품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