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아르테 클래식 라이브러리 008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며, 오스카 와일드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오스카 와일드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라고 하여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이 소설에 대한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는 데에는 다음 이야기가 한몫할 것이다.
19세기 말 오스카 와일드는 수필부터 동화,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이름을 떨치다 극작가로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성공의 정점에 올랐을 때, 동성애와 외설죄로 고소당한 뒤 징역형을 선고받고, 출소 후에는 해외로 망명하여 가난과 냉대, 오욕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영국의 심장부에서 화려한 삶을 영위했던 그를 한순간에 파멸로 이끈 것 중 하나는 바로 그가 쓴 작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었다. (예스24 책 소개 중에서)
이 소설의 주요 인물인 화가 바질과 도리언 그레이의 동성애적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이 실제 남색을 행한 증거로 이용되면서 형집행을 받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 책은 최초의 무삭제 판본 번역본이어서 더욱 그 의미가 크다.
심미주의 문학의 고전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아일랜드 태생의 영국 극작가이자 시인 겸 소설가이다. 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더블린의 트리니티칼리지를 거쳐 1874년 옥스퍼드대학교에 입학한 뒤 심미주의와 데카당스 운동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시 「라벤나」로 옥스퍼드에서 뉴디게이트상을 받았고, 1881년 첫 번째 저서『시』를 출간하나 평단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1884년 결혼한 후 단편 소설과 희곡에 관심을 쏟았다. 『행복한 왕자』(1888), 『아서 새빌 경의 범죄』 (1891) 등의 단편집과 1891년 유일한 장편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출간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1892) 『살로메』(1894), 『진지함의 중요성』(1895) 등 희곡들을 발표하고 무대에 올리면서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성공의 정점에 오른 1895년, 동성애 혐의로 강제 노역이 동반된 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897년 출소한 뒤 프랑스로 망명하나 궁핍하게 살다가 노역으로 악화된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1900년 파리의 작은 호텔에서 생을 마감했다. (책날개 중에서 작가 소개 전문)
화가 바질 홀워드가 그린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보고 헨리 경은 바질의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며 그로브너 갤러리에 출품하라고 권유하지만, 바질은 계속해서 거부한다.
바질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한다.
"자네가 나를 비웃을 거란 생각은 했었네."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이 작품을 전시할 수 없어. 거기에 내 존재를 너무 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지." (9쪽)
이 책의 도입부 1장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처음 읽을 때에는 이 문장을 가볍게 읽고 넘어갔지만, 이 소설의 전반적인 주제와 함께 묵직하게 다가오니, 그 충격이 가히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깊어진다.
이 소설은 스토리 자체에서도 뒷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해져서 추진력 있게 독자들을 끌고 나가고 있다.
유명 화가로부터 자신의 초상화를 선물받은 매혹적인 청년 도리언 그레이는 자기 대신 초상화가 늙고 추해지기를 간절히 원하는데, 그 소원이 이루어진진다.
도리언이 방탕한 삶을 살며 더 많은 죄악을 저지를수록 초상화는 추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그래서 초상화가 어떻게 변할지, 도리언 그레이는 어떠한 존재로 변해가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러면서 도리언 그레이의 그 마음이 되어보기도 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오스카 와일드만의 필력이 아니면 이렇게 끌어당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면서 큰 틀에서 볼 때 인간 사회의 도덕과 신에 관련된 부분까지도 고찰하도록 이끌어주는 철학적인 면모도 충분히 담겨 있는 소설이다.
사회에 대한 두려움이 도덕의 기반이 되고, 신에 대한 두려움은 종교의 비밀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지배하는 두 가지입니다. (31쪽)
감각으로 영혼을 치유하는 것, 그리고 영혼으로 감각을 치유하는 것은 인생의 가장 큰 비밀 중 하나입니다. (35쪽)
과연 그 결말이 어떻게 다다를지 궁금해서 단숨에 읽어나갔다.
끝까지 읽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소설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비로소 한숨을 푹 내쉬며,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여운이 남기는 그 파장이 큰 소설이다.
이 책은 아르테 세계문학 시리즈 클래식 라이브러리 중 한 권이다.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5년간의 준비 끝에 선보이는 새로운 세계문학 시리즈이며, 전문가급에 의한 공들인 번역, 젊고 산뜻한 디자인과 편집으로 고전문학을 만날 수 있는 시리즈이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러운 번역과 산뜻한 표지가 소설 속으로 빠져들 수 있도록 그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은 흡인력이 있어서 빠져들게 만들고 철학적 사유까지 하도록 이끌어주니, 고전소설을 찾는다면 그의 유일한 장편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