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4.3사건', 알면 알수록 믿을 수 없는 사건이다. 육지 사람인 나에게는 생소한 일이었는데, 제주에 와서는 듣게 되는 이야기들도 많고, 관심도 갖게 되어 4.3을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제주의 풍경에 반해서 이곳에 왔지만, 지극한 아름다움 속에 서러운 역사가 숨쉬고 있음을 느낀다. 어르신들께 4.3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생각보다 처절하고, 상상 그 이상의 아픔이 느껴진다.
'지슬'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고 이웃 분들이 알려주셨다. 지슬, 제주어로 '감자'라는 뜻이다. 감자와 4.3, 도대체 어떤 의미에서 붙여진 제목일까 궁금했다. 하지만 개봉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 한참동안을 망설이며 영화관에 가기를 미루고 있었다. 내가 감당못할 만큼의 버거운 영화일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 영화를 보는 것을 미루는 것은 불편한 진실을 접하게 될 나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큰맘먹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흑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흥미로운 스토리에 박진감넘치는 영화는 아니었으나, 장면 하나하나가 마음을 철렁~ 내려앉게 하는 묘미가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한참 후에 생각해보면 끔찍하고 후덜거린다. 덤덤하게 그려져 더 마음이 아픈 영화였다. 특히 감자를 나누어 먹는 장면에서 울컥~ 마음이 아팠다. 왜 이 영화의 제목이 '지슬'인지 알 것도 같았다. 이 영화는 제주 4.3을 이야기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아픔을 아픔이라 이야기하지 못했던 긴 세월을 어찌 보상하겠는가. 이제라도 그 목소리를 듣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있으련만.